새벽 공기가 도시를 깨우기 전, 전동화 시대의 포르쉐가 조용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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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SCHE TAYCAN GTS

아무도 없는 도로 위엔 어스름한 새벽빛만이 내려앉아 있다. 도시가 깨어나기 직전, 전동화 시대에 진입한 포르쉐 타이칸 GTS는 마지막 숨을 고르듯 조용하지만 격렬하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Gran Turismo Sport를 의미하는 GTS는 1963년 공개된 904 카레라 GTS 이후 포르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 모델로 자리매김해 왔다. 타이칸 GTS는 이 전설적인 레터링을 계승한 파생 모델로, 포르쉐 순수 전기 스포츠카로서 주행 성능과 일상 활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올라운더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동화 시대로 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지만 전동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세계적 흐름으로 이미 그 방향은 정해진 지 오래다.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현시대의 흐름에 맞춰 각각의 철학과 고유성에 맞게 전동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포르쉐 또한 다르지 않다. 내연기관 특유의 묵직하고 터질 듯한 고동감은 그저 과거의 유물이 아닌 미래로 가는 유산이 될 포르쉐의 중요한 DNA다. 타이칸은 포르쉐의 첫 번째 순수 전기 스포츠카로서 그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운전석에 앉아 마치 권투 선수가 주먹을 꽉 쥐고 가드 자세를 취하듯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알맞은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은 편안한 운전보다 제대로 운전할 수 있는 감각을 선사한다. 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타임 벨이 울리자 링 중앙으로 다가서는 복서처럼 타이칸은 도로 위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전기차답게 고요하지만 손과 발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은 여전히 묵직하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3.3초 만에 도달하는 수치는 기존 모델 대비 0.4초 단축된 스펙이다. 푸시 투 패스Push To Pass 기능이 포함되어 버튼 조작만으로 최대 70kW의 추가 출력을 10초간 더 할 수 있다. 푸시 투 패스 작동 시 계기판에는 카운트다운 타이머와 함께 애니메이션 링이 표시된다. 독일의 자동차 전용도로라면 시속 250km쯤은 주저 없이 달렸을 것이다.
1966mm의 전폭과 1381mm의 전고는 낮고 넓은 포르쉐 특유의 날렵한 페이스를 보여준다. 누구든 앞지를 수 있을 것 같은 인상. 타이칸 GTS와 함께 달리다 보면 빠른 속도만을 추구하는 스포츠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날렵한 얼굴 안에 온화한 표정이 스며 있다. 기본 옵션으로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은 과속 방지턱과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아주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선보인다. 스포츠카를 탈 때 감내해야만 하는 피로감과 불편함을 더 이상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문득, 이렇게 사소한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아마도 지금 가장 진보된 포르쉐를 몰고 있는 것일 테니.
아무 일도 없는 평일 오전,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시트에 앉아 느긋하게 타이칸 GTS를 몰고 있다. 방패 모양의 황금 엠블럼은 태양 아래 보기 좋게 빛나고, 스티어링 휠은 작은 움직임에도 기민하게 반응한다. 폭염이 기승인 초여름에 겨울 한파가 닥친 어느 날을 미리 떠올려 본다. 그때는 쓰러질 것같이 더웠던 오늘을 웃으며 떠올리겠다. 왜? 포르쉐가 함께했으니.

text KANG SEUNGYEOP(TAKU)
photography KIM JIYOUNG
art YANG HYEIN(INGUR)
assistant YU SEO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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