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무리조의 국내 첫 개인전 제목은 <촉매Catalyst>다.

OSCAR MURILLO

 

 


2018 Oil, oil stick and graphite on canvas and linen 210 x 29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당신의 생김새와 헤어스타일, 페이크 퍼 재킷을 마주 하니 그냥 묻고 싶네요. <데이즈드>를 알고 있나요?
당연하죠. <데이즈드> 코리아가 있는지는 이번에 알았지만 <데이즈드>는 워낙 익숙해요. 내 베이스가 런던인 건 알죠?(웃음)

 

당연히요. 정작 <데이즈드>와의 인터뷰는 서울이 처음인 것도 알고 있어요.
맞아요. 나는 지난 몇 년 셀 수 없이 다양한 매체와 인터뷰하고 있는데요, 당신 말대로 <데이즈드> 영국판과는 아직 만나지 않았죠.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의견이랄까요, 입장은 그래요. <데이즈드>가 나름의 시선과 방식 으로 예술과 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요. 과연 이 책의 독자가 내 작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걱정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아요.

 

여러 해석과 오해, 비판이 가능한 말 인거 알아요?
네, 당신이 어떤 비판을 할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나한테 있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작업에 집중한 지 이제 5~6년 됐는데요, 작가로서의 삶이든, 아니면 제 작업에 관해서든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작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요. 내 의도에서 벗어난 감상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죠. 그 후부터는 다양한 다른 매체와 만나는 일이 즐거워졌어요. 자신감이 생겼죠.

 

자유로워진 건가요, 능숙해진 건가요?
음, 능숙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당신의 작업에 대해 의미와 메시지, 이유를 묻지 않을 생각이에요. 오스카 무리조라는 개인에 대해 알고 싶어요. 당신의 삶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가장 강력한 힌트가 될 것 같거든요.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하게 말해주니 기분 좋네요. 시차 적응이나 전시 준비 때문에 좀 피곤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요. 진지한 인터뷰를 할 수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웃음)

 

요즘 비행기와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죠. 지난 한 달만 해도 세인트루이스, 보고타, 런던, 홍콩, 상하이, 베를린 을 누볐다고 들었어요. 비행기와 공항에서는 일상과 좀 다른 감각이 열리나요?
여행이 아니라 전부 일과 관련한 이동이라는 점이 안타깝지만 요즘 정말 많은 곳을 다니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비행기라는 공간은 내 작업과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됐죠. 하늘 위에서 시공간 개념은 지상과 다르게 작동하잖아요. 시간이나 날짜가 순식간에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게 재미있어요. 새로운 생각을 가능하게 하죠. 지금 한 도시에서 1년 이상 머무는 상상을 했어요.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할지, 그 생각을 바탕으로 어떤 작업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지네요.

 

비행시간이 영향을 미치나요?
장시간 비행이 더 생산적인 편이죠. 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여러 준비를 하거든요. 정신 상태뿐 아니라 리듬까지 비행시간과 항로, 심지어 내가 타는 기종에 맞춰요.(웃음) 최근에 런던과 베를린을 오가는 비행기를 자주 타는데,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인데도 이제 내가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어느 정도 감이 와요.

 

비행기에선 뭘 하죠?
주로 강박적으로 그림을 그려요. 낙서에 가깝지만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술을 마시거나, 잠에 빠지기도 하고요. 일상을 사는 거죠.

 

나는 당신 작업에서 ‘선’을 눈여겨봤어요. 에너지와 신경질, 집착마저 느꼈거든요.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어떤식 으로든 안정을 찾는 편인가요?
내가 만약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범죄자가 됐을지도 몰라요.(웃음) 진심이에요. 내게 작업은 내 안에 가득한 불안함, 불편함을 해소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작업은 내가 무너지지 않고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해요. 가끔 디스플레이를 마친 제 전시장을 마지막으로 돌아볼 때 어떤 감정이 툭 튀어 나올 때가 있거든요. 여기 걸려있는 작품이 과연 내 작품이 맞나? 하는생각요. 단지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행위의부산물일 뿐인 것 같아서 허무할 때도 있어요. 예술 작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마음요.

 

그럼에도 예술은 당신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요?
그럼요. 진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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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같은 기술, 정보, 디지털의 발전과 과잉이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은요?
아, 굉장히 어렵지만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정치 사회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의 부정적 측면을 우려하고 있어요. 신체 접촉이 줄어든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데요, 가상세계 안에서 구미에 맞게 왜곡된 SNS용 자아를 대하는 게 굉장히 불편해요. 위험하기도 하고요. 환상은 환상일 뿐이잖아요.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죠.
그게 참 모순이에요. 디지털 발전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용기를 낼 수 있게 했잖아요.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것처럼 보이죠. 이제 더 이상 신분 제한, 국경 제한, 시차 제한, 정보 제한이 없다고들 하지만요. 나는 그런 신자유주의식 주장을 의심하고 있어요. 오히려 내가 소속된 집단의 소속감, 연대감, 참여 의식을 일방적으로 박탈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거든요. 기술과 정보의 발전으로 혜택받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봤자 극소수일 뿐이에요. 그 이면에는 아직 취약 계층이 훨씬 많아요. 그들은 더 깊숙이 고립될 뿐이죠그걸 간과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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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1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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