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컬처, #2 피시방

FROM 1 WAVE TO 3 WAVE.

Text Park Soeun


슬리브리스 톱은 로에베(Loewe), 트랙 집업과 레이스업 스니커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레오퍼드 트랙 팬츠는 팜 엔젤스(Palm Angels), 트러커 해트는 에디터의 것.


데님 팬츠는 디스퀘어드2(Dsquared2), 트러커 해트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푸크시아 핑크 후드 집업과 타이다이 티셔츠는 에디터의 것.


셔츠는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스포티한 티셔츠와 쇼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로고 플레이 쇼츠는 구찌(Gucci), 레드 스니커즈는 푸마(Puma), 펜던트 네크리스는 불레또(Bulletto), 더플백은 나이키(Nike), 삭스는 에디터의 것.


싱글브레스트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지방시(Givenchy), 레이어드한 티셔츠는 디스퀘어드2(Dsquared2), 브라운 레더 스커트는 펜디(Fendi), 스트라이프 셔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버건디 컬러 부츠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타이는 푸시버튼(Push Button), 스퀘어 프레임 안경은 발렌시아가(Balenciaga).


화이트 셔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로고 패치 티셔츠는 꾸레쥬(Courrèges), 레이어드한 데님 팬츠는 디스퀘어드2(Dsquared2), 레더 트랙 팬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청키한 스니커즈는 아식스 스포츠스타일(ASICS SportStyle), 트러커 해트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네크리스는 불레또(Bulletto), 로고 플레이 레더 백은 구찌(Gucci).


주얼 장식 슬리브리스 톱은 블루마린(Blumarine), 실버 네크리스는 불레또(Bulletto).


컷아웃 재킷은 푸시버튼(Push Button), 시어한 레오퍼드 홀터넥 톱과 브라운 팬츠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원석 장식 실버 링은 불레또(Bulletto), 레더 더플백은 보스(BOSS),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채원의 것.

지난달, ‘리얼 컬처’ 칼럼은 ‘외타 의미로 오히려 우리 사회의 카멜레온 패션이 궁금해진다’로 귀결됐다. 영국과 시카고의 길거리 패션으로 눈을 돌렸으니, 이번엔 대한민국의 거리로 시선을 틀어본다. 자글자글한 플로럴 패턴의 팔토시를 낀 붕어빵 파는 아줌마, 비둘기가 가득한 팔각정을 배경으로 장기와 바둑을 두는 머리에 페도라를 얹은 할아버지, 그리고 PC방. PC방에서 ‘리얼 컬처’ 칼럼의 두 번째 명분을 찾고 싶었다. 나는 게임과 자주적으로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여러 이유로.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지고 현재의 PC방에서, 반항의 기운을 혹은 젊음의 훈기를 느끼길 기대했다. 장소가 주는 특수성에서 카멜레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과 막연한 추측이 난무했다. 결론적으로 PC방은 도피 성격을 띠거나 대항을 이끄는 터는 아니다. 되레 격동의 반항기를 거친 후 꽤나 긍정적인 선례의 모습을 취하는 놀이 문화다. 인터넷 카페를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으로 총 세 개의 물결로 분획이 가능하고(PC방, 게임이 주제이니만큼 ‘물결’이란 닉네임을 달아본다), 그 궤적 속에 패션이 배어 있다.

첫 번째 물결 1990년대 중후반, PC방이 대한민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다. 빵빵한 모니터 앞에 놓인 어설픈 사무실 의자, 독서실을 연상시키는 칸막이. 당구장과 오락실에서 피어나던 담배 연기는 그대로다. 서툴고 싱거울수록 낭만은 있는 법이다. 바람의 나라,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2,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FC 온라인. 레전드 게임 일곱 가지가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한국의 온라인 게임 전성 시대가 도래한다. 전공 서적과 교과서는 고이 접어두고 게임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요긴한 비법이 일목요연 나열된 책을 사서 학습한다. 게임을 위한 학원도 생기며 일순 수강생이 300명을 육박하기도 한다. 기술 연마를 위한 개인 과외까지. ‘테란의 황제’ 임요한, ‘폭풍 저그’ 홍진호 선수의 현란하고 유연한 손놀림은 키보드 위에서 곡예를 한다. 전국 단위 길드가 형성되며 자존심을 내세운 학교별 큰 항전도 펼쳐진다. 스카이러브, ‘안녕텔’이라고 불린 하이텔에서 너도나도 손가락에 힘을 주고 ‘방가방가’ 를 누른다. 가장 예쁜 각도를 찾는 것이 생명이다. 80°쯤 된다. 하두리, 버디버디 캠에 어엿이 반반하고 고운 얼굴과 스타일을 내비쳐야 하기 때문. 때론 ‘오마이러브’, ‘아이미팅’에서 운 명을, 혹은 사랑을 찾기도 하니까. 최신 유행하는 에지 있는 옷을 입고 웹캠 앞에 서는 것이 관건이다. 뭉게뭉게 피어나 옷 표면에 밴 담배 냄새는 서비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가장 쿨한 옷을 챙겨 입는다.

두 번째 물결 대한민국 정부가 2010년 목표였던 초고속 통신망 보급을 2005년으로 앞당긴다. 정도의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포퓰러 컬처popular culture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국민성이 PC망에 바이러스가 침투되듯, 변패한다. 낮에는 일상생활을 이어가지만 밤의 숙면은 게임 앞에 사치가 되어버린다. 어두운 PC방과 대조되는 밝은 모니터 앞엔 목을 길게 뺀, 단 어깨는 말려 들어간 좀비 행색이 역력한 10대, 20대, 30대가 자리한다. 말초적 문화는 포물선을 그린다. PC방 문화가 포물선의 최고점에 위치했을 때는 2004년이다. 슬롯머신을 그대로 형상화한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가 등장하며, 검은돈이 그 사이를 비집고 자리 잡는다. 일부 PC방은 어두운 비행 청소년의 소굴로 전락한다. 환상이 중독성으로 바뀐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우후죽순 제정되며 악행을 막아본다. 눈 주위 살갗엔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서리고, 그 얼굴을 밑으로 점잖지 못하고 가장 험한, 삐뚤어진 옷자락이 몸을 휘감는다.

세 번째 물결 비교적 안정기다. PC방 문화는 반항을 기저로 하는 보통의 카운트 문화와 다르게 꽤나 낙관적인 결과를 낳았다. K-컬처 콘텐츠 속 산업 수출에서 게임이 대다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K-팝, K-드라마 그리고 K-무비보다 우위를 위치한다. 의외다. PC방과 게임은 대한민국 민속놀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의존에서 벗어나 여가와 유희로 귀결되며, 폐인 꼴을 한 ‘죽돌이’의 자취는 어느새 희미해진다. 화려한 레오퍼드 패턴에 시어한 블라우스 위로 걸친 옐로 골드 체인 네크리스, 겨드랑이 사이에 낀 일수 가방의 난행도 함께. 대신 호졸근하지만 멀끔한 차림으로 대체된다. 24시간 중 단 한두 시간을 위한 건강한 방식의 문화가 PC방에 안착한 셈이다. 점심시간엔 단정한 슈트 차림의 직장인이 라면, 커피와 함께 40분가량 게임을 즐긴다. 잠시 머물다 가는 길손처럼. 나를 돌볼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이 마련된 장소로서의 PC방, 셔츠 위로 타이를 바르지만 느슨히 풀어 헤친다.

Text & Fashion Park Soeun
Photography Noh Seungyoon
Art Joung Minjae
Model Lee Chaewon, Nanaho
Hair & Makeup Lee Seo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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