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ILAN FASHION WEEK: EDITOR'S REVIEW

Text DAZEDKOREA

DAY-1

DIESEL

글렌 마틴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아래 ‘패션 민주주의‘를 꿈꾸는 디젤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패션쇼‘ 대신 밀란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한다. 알 속에 갇힌 디젤 소녀 소년들은 이곳 시각 오후 7시 30분부터 11시까지 밀란 시내 곳곳에서 디젤 에그 헌트 게임을 시작한다. 헌팅이 시작되면, 헌터들(누구나 가능)은 밀란 전역에 숨겨진 컬렉션의 룩을 안내하는 지도에 접속할 수 있다. 각 룩은 모델이 착용한 상태로, 거대한 투명한 에그 형태의 캡슐 속에 전시되며, 자율성과 자기결정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도시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디젤 에그 헌터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패션쇼를 경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인 셈이다. 고백. 머리로는 대충 알겠는데 그래서 이 게임의 룰이 정확히 뭔지 여전히 아리송하다. 노화의 증거 같은 건가. 하지만 그게 뭐든 알을 깨고 세상에 나서는 일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내친김에 등장한 밀키웅의 ’얼굴들’ 시리즈와 함께.

text MILKY

GUCCI

과감한 섹시함, 화려함, 어떤 담대함으로 쉽게 규정할 수도 있는 구찌는 모두가 알고 있듯 어떤 식으로든 드라마틱하다. 역사니, 전통이니 하는 순수한 금기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스토리텔링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뎀나의 구찌는 벌써부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이만큼 차고 넘치는 듯하다.
그의 첫 번째 구찌 컬렉션 ‘구찌: 라 피밀리아’와 스파이크 존즈와 할리나 레인이 연출한 단편영화 는 몽환적인 시간의 틈새에서 길을 걷다가 문득 마주친 한 편의 오래된 꿈 같다. 뎀나의 구찌는 아코디언처럼 접혔다가 펴지는 시간 위에서, 바람처럼 스며드는 색채와 가족이라는 이름의 낡고도 따사로운 풍경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오후, 바바라 구찌와 그의 가족, 개성 넘치는 손님들이 모인 대저택의 식탁에는 숙명처럼 한 마리의 호랑이가 눌러앉았다. 그 호랑이는 오랜 사연으로 마음이 갈라진 가족 사이를 가로질러 소리 없이 걸어간다. 데미 무어의 머리칼에서는 비밀스러운 향기가 피어난다. 포도주를 따르는 손끝, 치맛자락을 스치는 낮은 음성들, 구찌의 직물처럼 교차하는 운명과 기억들.
뎀나의 구찌는 그 어느 때보다 현란하고 대담하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사라지지 않는 상실의 그림자, 그리고 품위와 유머를 동시에 잊지 않는 이탈리안식 가족애의 미묘한 온도가 스며 있다. 가족의 이야기, 칵테일 잔을 기울이는 특별한 손님, 즐거움과 긴장감이 한데 뒤섞인 우아한 만찬. 때론 부드럽고 환상적이며, 때론 현실로부터 불쑥 걸어 나온 듯한 망설임.

뎀나의 구찌는 의 스페셜 스크리닝을 위해 밀란 증권거래소 본관 1층 전체를 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에스프레소를 왈칵 엎지른 듯 브라운 빛 카펫이 바닥 너머 의자와 벽과 커튼까지 하나로 물들였다. 서라운드 사운드와 플로럴 모티브가 새겨진 세 개의 샹들리에가 선사한 경험은 단순한 사치 이상의 기묘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 누구에게나 도달하는 결론. 삶은 대담한 패턴과 그 사이사이에 새겨진 부드러운 실밥들, 그리고 다시 사랑을 배우는 사이클. 그것이 바로 뎀나의 구찌, 가족의 세계다.

에도 잔뜩 쏟아져 내린 ’구찌: 라 파밀리아’ 컬렉션은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10개 도시의 구찌 매장에서 10월 12일까지만 짧고 굵게 판매한다. 그런 뎀나의 기세, 좀 좋아한다. 뎀나의 구찌, ‘구찌: 라 파밀리아’ 컬렉션, 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데이즈드> 디지털 DAZEDKOREA.COM에서 곧 다시 만날 수 있다.

text MILKY


DAY-2

JILSANDER

밀키웅의 얼굴들. 섣부른 편견인지 모르지만 ‘생긴 대로 산다’라는 말, 어느 정도 굳게 신뢰한다. 작업자의 얼굴이라면 더욱이 얼굴과 작업은 닮아가기 마련이다. 덤덤한 얼굴의 시모네 벨로티의 첫 번째 질 샌더는 ‘미니멀리즘’이라는 그렇고 그런 코드를 날카롭고 치밀하게 재구상한다. 섬세하다는 말보단 치밀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바람을 머금은 듯한 실루엣과 소재, 컬러의 대비와 충돌. 다시 또 질 샌더의 시작.

text MILKY

FENDI

펜디의 쇼는 마치 유리잔에 담긴 노랑 레몬수 같았다. 표면은 단순해 보이지만, 안쪽에는 거품이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햇빛이 투명하게 굴절되었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말한 ‘이중성’이라는 건 아마 그런 것이었을 거다. 한쪽에서는 무심히 흘러가고, 다른 쪽에서는 기묘하게 집요한 정밀함이 고개를 든다. 나는 그 균형을 음악 속 베이스의 떨림처럼 느꼈다.

모델들이 걸어 나와 광학적인 색채와 구조들을 몸에 걸칠 때, 그것은 의상이 아니라 마치 달콤한 꿈의 조각 같았다. 흰색과 콘크리트 톤 사이로 투명한 오간자가 날아다니고, 버블껌 핑크와 옐로우는 어딘가 오래된 여름날 오후 두 시의 공기 냄새를 닮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패션이라 부르겠지만, 내게는 어떤 기억의 파편, 계절을 꿰뚫고 나를 따라다니는 배경음 같은 것이었다.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무대는 마치 픽셀화된 로마의 거리처럼 보였다.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차갑지만 동시에 따뜻했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 옷들은 한순간 무너질 듯 가볍고, 또렷하게 자기 자리에서 버텼다. 지퍼와 드로스트링이 달린 재킷은 스포츠웨어 같았고, 동시에 밤에 피는 꽃처럼 은밀한 우아함을 가졌다.

새롭게 소개된 가방과 액세서리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구슬이 이어진 듯한 펜디 콜리에, 투명한 플로럴 비즈로 꾸며진 피카부, 그리고 케이블 니트 실크로 환생한 스파이 백. 그것들은 단순히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라, 무언가와 결속을 맺는 비밀스러운 약속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음악. 프레데릭 산체스가 만든 사운드트랙은 마치 영화의 오래된 컷들을 이어붙인 몽타주 같았다. 마스트로이안니와 안나 마냐니, 알랭 들롱의 목소리가 전자음 속에서 흘러나올 때, 나는 눈앞의 런웨이가 실제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헷갈렸다. 그건 ‘픽셀화된 산책로’라는 말이 정확히 맞았다.

쇼가 끝나고 난 후 밀란에는 내내 폭우가 쏟아졌다. 기묘한 우울과 낯선 기쁨이 섞여 있었다. 여름의 끝에서 겨울을 떠올리는 듯한 기분. 혹은 방금 본 장면이 나를 떠나지 못하고, 내 삶의 어딘가를 점점 증식해가는 듯한 느낌. 펜디는 그렇게 내 앞에 남았다. 아주 가볍고, 동시에 잊을 수 없을 만큼 무겁게.

text MILKY

 

DAY-3

EMPOR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그 마지막.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죽음은 늘 단지 끝이라고 굳게 믿어온바, 지금 이 순간은 ‘영원’을 믿고 싶어졌다. 좀 순수해 보일지라도. 어쩌면. 안녕히 가세요. 조르지오 아르마니 씨. 엠포리오 이글로 다시 태어나 용맹하게 날아다니시길.

text MILKY

MOSCHINO

프랑코 모스키노가 1983년 시작한 모스키노는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순한 재미와 자극만을 추구한 건 아니다. 모스키노는 오랫동안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였다. 때로는 유쾌한 위트로,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로 시대를 말해왔다.

지금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드리안 아피올라자는 소문난 아카이브 컬렉터이자 그렇게 수집한 4,000여점이 넘는 아카이브 피스를 판매하는 빈티지 숍의 대표로 알려진다. 요지 야마모토, 비비안 웨스트우드, 장 폴 고티에, 꼼데가르송, 마르탱 마르지엘라, 그리고 프랑코 모스키노. 그가 사랑하고, 수집하여 탐구한 이름들.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에게 패션은 그의 전부일 확률이 높지만 동시에 컬렉션 제목처럼 니엔테nitnte, 즉 아무것도 아닌 그 무엇일지 모를 일이다. 진짜 진짜 사랑하는 것 앞에서 우리는 되려 담담해져 버린다. 니엔테는 또한 재발견이자 재상상, 재배치다. 기존의 것은 짜깁기 되고 다르게 또는 새로이 결합하여 전혀 낯선 물성과 모양,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까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의 모스키노는 그냥 단순히 웃기고 재미있는 ‘광대 옷’이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존재하는 무엇. 차라리 발견이라면 모를까.

text MILKY

PRADA

‘반전’과 ‘색의 유희’. 프라다 2026 봄/여름 쇼를 보고 난 뒤 머릿속에 맴 돈 두 가지 키워드다. 앞면은 플리츠 스커트, 뒷면은 프릴 스커트거나 두툼한 레더 코트 안에 은은한 광택감의 새틴 드레스를 매치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컬러 매치의 치밀함이 눈에 띈다. 손에 닿는 대로 무심하게 조합한 듯 보이지만 새삼 완벽하다. 그래서 쿨하다. 핑크와 옐로, 베이지와 민트, 오렌지와 퍼플, 옐로와 퍼플… 어느 때보다 컬러풀하다. 프라다식 유니폼은 이브닝 웨어와 뒤섞이며 기존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구조는 가볍고 자유롭게 재구성된다. 오버올처럼 어깨에 걸친 스커트, 가위로 싹둑 자른듯한 튜브톱 등은 전통적 질서에 대한 해방의 선언처럼 읽힌다.

text MILKY

MAXMARA

쇼 시작 전 백스테이지에서.
알렉스 콘사니가 런웨이에 오르기 전 룩 체크를 받고 있다. 룩 순서가 정리된 보드를 엿봤다. 모델들의 얼굴과 의상을 번갈아 보며 앞으로 펼쳐질 장면을 그려본다. 전체적으로 보니 클래식 트렌치코트의 다양한 변주가 이번 컬렉션의 중심임을 알 수 있었다. 힙 라인을 따라 흐르는 풍성한 장식, 수백 장의 조각을 접어 완성한 꽃잎 같은 오간자 스커트, 홀터넥 드레스로 변모한 트렌치코트 등. 거의 모든 룩에는 엘라스틱 벨트와 하네스 형태의 스트랩이 더해져 실루엣을 또렷하게 완성한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제 쇼가 시작된다.

text KIM SOYEON(KIM)

 

DAY-4

TOD’S

2024년 2월이었나, 밀란 어느 트램 창고인지 역에서 열린 마테오 탐부리니의 첫 토즈 쇼를 직접 봤다. 그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이른 아침이었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려 밤처럼 어두웠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그날의 첫걸음으로 안중에 없던 토즈를 다시 보게 됐다. 믿게 되었고 나아가 좋아하게 되었다. 딱 일 년 전 이맘때도 나는 토즈 쇼장에 앉아 있었다. 그 쇼를 보고 나와 아래와 같은 감상을 적었다.
“어떤 작업자는 금세 판을 뒤집고 싶어 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야말로 자신을 증명하는 유일한 해답이라 믿는다. 마테오 탐부리니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작업자 같다. 현명하다. 현실적이다. 합리적이다. 이성적이다. 수용적이다.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기보다 자기가 속한 팀과 조직을 계승하고 증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 같다. 야금야금 살금살금 슬쩍슬쩍 자신의 터치를 더 한다. 나아가야 할 곳과 변화해야 할 것, 또 멈춰서야 할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지금 이 상태라면 ‘토즈’ 또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그의 뒤를 품어 봐줄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것이 ‘뉴 토즈’다. 긴 여정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
오늘.
현장에 있다 보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느낄 수 없는 기운, 기세 같은 에너지가 확실히 더 잘 느껴진다. 옷이 뭐 어떻고 저떻고, 소재가 이러쿵 저렁쿵 다 떠나 오늘 토즈의 걸음걸음에는 감미롭지만 또 여유롭지만 세련된 에너지가 빡! 강하게 전해졌다. 그 옷을 입고 걷는 모델의 충만한 표정에서, 평소와 좀 다른 뜀박질을 선보인 마테오 탐부리니의 피날레에서 이미 다 느껴지지 않나? <데이즈드>와 나눈 글로벌 인터뷰에서 마테오 탐부리니가 말했다. “사랑받는 브랜드, 이것이 우리 토즈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에요.” LEAVE YOUR MARK. 토즈의 자취가 남는다.

text MILKY

 

SUNNEI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매시즌 기대를 모으는 써네이의 쇼.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했더니 이번엔 옥션 컨셉이다. 국제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아와의 협업. 초대된 관객들에게 가상 패션 달러가 주어졌고(실제로 참여할 수 있었다), 입찰자들은 이번 시즌 룩을 입고 있었다. 경매 물품은? 바로 써네이와 두 명의 공동 디렉터!

text KIM SOYEON(KIM)

 

DAY-5

VERSACE

어쩌면 적어도 패션‘쇼’는 음악과 얼굴이 전부일 거라 믿는다. 프린스, 아서 러셀, 엔니오 모리꼬네, 마르챌러 조르다니, 마돈나, 유리스믹스, 콕토 트윈스, 소노로 이어지는 트랙 리스트. 지난밤 다리오 비탈레의 베르사체는 그러니까 80년대, 이탈리아, 퀴어함,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지아니 베르사체를 향한 헌사와 같았다. 하지만 묘하게 지금의 것. 그게 중요하다. 다리오 비탈레만의 비전.

text MILKY

FERRAGAMO

모델들이 런웨이에 오르기 전, 맥시밀리언 데이비스는 각 룩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히 살펴본다. 몰두 속에서도 서두름은 없다. 오히려 차분하고 여유로운 태도가 인상적. 페라가모 2026 봄/여름 컬렉션은 1920년대 재즈 시대로 돌아간다. 이국적인 프린트와 텍스처, 해방된 여성성을 상징하는 드레스와 언더그라운드 재즈 클럽의 슈트, 그리고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은 구조적인 힐과 더비 슈즈, 아이코닉한 허그 백까지. 맥시밀리언 데이비스의 시선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text KIM SOYEON(KIM)

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라는 이름. 이탈리아어로 ‘보테가’는’ 작품의 제작과 전시, 판매를 겸하는 공방’을 의미하고, ‘베네타’는 이탈리아의 베네토 지역명을 뜻한다는 때아닌 사실을 쇼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제대로 알았다. 장인 정신의 또 다른 말. 지금 세상에서 어쩌면 조금 새삼스러운 개념. 루이스 트로터는 자신의 첫 번째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에서 단지 그뿐이면 족하다는 태도로 브랜드의 상징이기도 한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전면에 내세운다. 가감 없이 뽐내고 자랑한다. 컬렉션은 마치 기나긴 역사 속의 여러 점이 한데 모여 흐르는 물줄기 같았다. 객석의 맨 앞줄은 베니스 무라노섬의 유명한 형형색색 스툴로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선 한국의 이광호 작가의 설치물이 비처럼 조각처럼 흩날리는 나무처럼 늘어져 내리고 있었다.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 베니스의 물기 가득한 흔적이 가라앉아 있는 듯 그랬다. 시간도 공간에 그마저 스며들어, 각각의 옷이 살아서 입체적으로 숨 쉬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건 마치 가뿐한 조각의 걸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생동감과 적당히 속물 같은 화려함, 단순하고 당연한 본질이 새겨진 옷이라 말한다면? 전통적인 형태는 해체되고, 새로운 양식을 갖춰 입는다. 인트레치아토는 그저 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두 줄의 띠가 만나고 꼬여서 더 강해지는 마법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연결되어, 더 견고한 전체를 이룬다. 손과 마음이 하나 되어 만드는 세계, 어쩌면 루이스 토르터가 꿈꾸는 보테가 베네타는 그런 공방이 아닐까. 니나 시몬과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가 주거니 받거니 엇갈려 공간을 메운다. 완벽한 선언 아닌가. 웃는다. 그저.

text MILKY

DOLCE & GABBANA

파자마와 란제리. 가장 편안하고 친근한 옷. 돌체앤가바나의 2026 봄/여름 컬렉션 ‘PJ Obsession’은 파자마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복서 쇼츠와 파자마 팬츠가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돌체앤가바나는 더 나아가 다채로운 스타일로 제안한다. 잠옷 자체로서, 일상의 리얼웨이에서, 오피스 룩으로서, 화려한 파티 룩으로서. 줄지어 나오는 룩들을 찬찬히 뜯어본다. 스타일링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것들의 믹스매치에서 오는 법인데, 그 방법이 끝이 없어 보인다. 즐거움이 가득하다.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 브래드쇼가 떠오른다. 새해 전날 파자마 위에 퍼 코트를 걸친 채 거리로 나가는 그 장면! 코튼 소재의 오버사이즈 파자마에 블랙 란제리와 크리스털 자수가 어우러지고, 섬세한 테일러링 위에 관능미를 더한 란제리가 결합되며 가장 친근한 의상은 곧 대담한 패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이제, 파자마는 더 이상 집에 머무르지도, 잠들지도 않는다.

text KIM SOYEO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