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에서 튀어나온 구원자, 로익 고메즈이자 BFRND. 미래지향적 세계관과 취향을 지닌 그는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BFRND

Text Oh Yura

“BFRND는 한 상자에 모두 담을 수 없다.” 스포티파이에 적힌 당신의 소개 글이다. 음악 얘기로 국한한다면, 그 상자에는 뭐가 들었나.
하나의 장르로 정의되길 원치 않는다. 나는 다양한 영역의 음악을 작곡한다. 어떤 날은 테크노를 할 수 있고, 다음 날은 클래식 음악을 쓰고 있거나,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즉 내게 음악 장르에 대한 질문은 나 스스로 작은 ‘상자’에 얽매이지 말자는 다짐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I don’t like to be defined in one genre because I go on multiple fields when it comes to composition, one day I can do techno and the next day a classical piece or everything together, the question of genre in music is for me a sort of reminder to justify myself not fitting in those tiny boxes.

당신의 이름은 로익 고메즈Loïk Gomez이지만, BFRND로 더 잘 알려져 있다. BFRND는 무슨 뜻인가.
수년 전 온라인으로 내 음악을 공유하기 시작했을 때 당시 프로젝트 이름을 ‘Boyfriend’라 붙였는데, 사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약간 보이 밴드 이름같이 들렸으니까. 뎀나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그는 Boyfriend라는 단어 대신 늘 BFRND라고 썼다. 시각적으로 훨씬 강렬해 보여 결국 그렇게 바꿨다.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좀 웃기긴 하다. 사실 Be-friend, Boyfriend, BFRND 모두 내 활동명은 아니다. 내게는 어떤 언어를 쓰든 그냥 철자를 불러야 하는 단어다. B, F, R, N, D라고 부르다 보면 그냥 BFRND가 된다.

When I started sharing my music online many years ago I called my project Boyfriend but I didn’t really like it, for me it sounded too much like a boys band name and it’s actually when texting with Demna, he never wrote Boyfriend but BFRND, I thought it was much stronger visually so I decided to change for that, unfortunately now no one knows how to read it which I find kind of funny because for me Be-friend or Boyfriend aren’t my artist name, for me its an untranslatable word that you have to spell out in whatever language you say it, just say the B, then the F, the R, the N and the D and there you go, BFRND.

Elephant라는 제목의 이번 앨범에 대해 설명해 달라.
Elephant는 나처럼 다름으로 인해 사회에서 인정받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한다. 일반인들처럼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구시대적 통념 속에서 아무 고통도 받지 않는 자들과 구별되는 사람들. 우린 원초적이고 진정한 자유를 좇는다.

Elephant speaks about the people like me who are different and struggle with society to be accepted and to live in a safe environment like a simple human who shouldn’t be suffering from ancient times rules that goes against human freedom.

노을인지, 불구덩이인지 가늠할 수 없는 Elephant 앨범 이미지는 누가 만들었나. 무엇을 상징하는지도 궁금하다.
Elephant 커버는 내가 선택한 텍스트를 3D 렌더링부터 유화까지 구현 가능한 AI 화가 달리Dall-e를 사용해 제작했다. 파스텔 그림 기술을 활용해 불타는 도시 쪽으로 걸어가는 실루엣 여러 개를 그리게 했다. 내가 머릿속에서 그리던 것과 가장 가까운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나 시도했고, 드디어 내가 원하던 그림이 완성됐다. 진짜 사람이 행하지 않은 방식으로 완성한 미술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 AI도 사람이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사람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인간과 기계 사이, 그 관계에 대한 시적인 부분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I made the cover of Elephant using Dall-e which is an Artificial Intelligence that transform the text of your choice into a robot-made image, from 3D rendering to oil painting. I then told the AI to paint a group of silhouettes walking towards a city on fire using pastel painting technique. I did a few trials until I found the one that represented what I had in my mind and this one is exactly what I thought It should look like, I love the beauty of the absence of human in the making of an artwork but at the same time this AI wouldn’t exist without human and still needs a human input to be able to produce an image, I see a lot of poetry in the human machine relationship.

쇼 음악으로 직결되는 BFRND의 음악이 보통 음악과 다른 점이 또 있다면 뭘까. 곡을 들으면 ‘볼 수 있는 음악’이라는 수식어처럼 청각 외에 시각을 자극하는 지점이 있다.
보통 음악이라는 당신의 그 표현이 너무나 좋다. 왜냐하면 요즘엔 그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통을 벗어난 것도 없고. 나는 그저 매우, 매우, 매우 심심할 뿐이다. 나를 흥분시킬 음악을 하고 싶다. 하늘에 닿고 싶을 만큼 초월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 그렇게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그저 나를 떨리 게 하는 음악을 하려고 한다.

I like that you say ordinary music because that’s what it is mostly nowadays, nothing is out of the ordinary and I am very very bored, I do the music that excites me, I need to touch the sky when I listen to an artist I want it to be transcendental so I just do what makes me vibrate no matter what people might want to call it.

곡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나.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이 궁금하다.
모든 걸 나 스스로 한다. 일단 작곡을 해야 하고, 보컬 테스트를 거쳐 다시 음악 으로 돌아가 곡을 수정해야 한다. 이후엔 워딩이 조금 포함된 단계적 보컬 테스트를 한다. 모두 제자리에 놓은 뒤 가사 작업을 거쳐 최종 녹음을 하는 식으로.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에 따라 영감의 원천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증오로 가득 찬 사람들 곁에 있어서인지 감정적으로 진이 빠져 있었다. 3일 동안 일곱 곡을 썼다. 일종의 예술 치료처럼,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늘 존재하는 것 같다.

I do everything myself so first I have to start working on the music and then do vocal tests and go back to change the composition and then I do a more calibrated vocal text with some wording, I put everything in place and I work on the final lyrics and the final take. Inspirations can be very different depending on what’s happening in my life, lately I have been emotionally drained by hateful people and I wrote seven tracks in three days so I guess there is always something I can express as a sort of artistic therapy.

디스토피아 같은 당신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투지 같은 게 생긴다.  360° 앨범 에서 특히 그랬는데, 반복적 리듬이 활력을 만들기도 하더라. 사운드를 구성할 때 계산적인 편인가. 아니면 되레 본능적으로 만드는 편인가.
디스토피아라는 단어는 뎀나와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많이 사용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디스토피아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외면하는 암울한 현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지금 이 방 안에 있는 코끼리다(확연히 눈에 띄는데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에 대한 은유적 표현). 나는 그저 음악을 할 뿐이다. 강렬하고 어둡고 고딕적이다. 당신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자유의 수단으로 나의 창의력을 제공할 뿐이다.

Dystopian, I think this word has been used and overused to qualify what Demna and I are doing but I think the dystopia people talk about is just a gloomy reality that everyone refuses to see, again, The Elephant in the Room. I just do music, it’s intense, it’s dark, it’s gothic, it’s whatever you want but I’m just being a channel of freedom, offering my only pure creativity.

BFRND의 음악은 하드 테크노부터 일렉트로 팝, 클래식까지 여러 장르를 한데 아우른다. 음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또 전자 비트와 현악사중주가 뒤섞여 불안정한 음을 내는 것처럼, 불협화음이나 도전 정신이 당신에게 원동력이 되는가.
우리가 대화를 나눠야 할 정도로 다르다는 점이 너무 좋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 그 점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이다. 나는 대체로 옹호적인 편이라 내가 하는 모든 것에 의문점을 가져야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일렉트로닉과 오케스트라는 마법과도 같은 조합이라 생각한다. 안 될 게 뭐가 있나. 이런 시도를 더 해보자.

I just like that it is so different that we have to talk about it, it means it’s questioning what has been done and that’s exactly the purpose of what I do, my personality type is advocate so I’m always here to question things out of fairness. In music it’s the same, I think electronic and orchestral are magic together so why not, let’s try more things like that.

발렌시아가 2018년 가을 컬렉션을 위한 사운드트랙은 움직이는 스피커를 사용해 3D 사운드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곡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듣는 행위’를 위한 노력을 점점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나. 가령 좋은 스피커를 통해 진공 상태에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훌륭한 라이브를 경험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 패션쇼는 프로젝트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3D 사운드 시스템 같은 실험을 할 여유가 있다. 내가 관여하는 모든 쇼는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온종일 투자해 악기와 장비를 일일이 점검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쇼를 위한 짧은 시간 15분, 그 순간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음악이어야 한다.

I love a good live experience, in fashion show the scale of the projects is so big that you can afford experimenting on things such as 3D spatial sound systems. You know every single show I go on set for a full day and review the whole soundtrack instrument by instrument to make a perfect mix for the show to be the best made possible. It’s very important to impress the people, we have 15 minutes of their time, it’s short, the story has to be as clear as possible without any explanation.

인터뷰 막바지라 하는 말인데, 당신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대해 무슨 얘기든 들려 달라. 당신에게 가장 일상적인 부분은 뭔가.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가장 먼저 일어나 세수하고 내 스튜디오에서 커피를 마시며 전날 내가 만든 음악을 들을 때다. 몇 시간 동안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음악만 들을 때의 그 감성이 너무나 좋다.

My favourite moment of the day is when I wake up the earliest, I wash my face and drink a coffee in my studio and listen to what I did the day before. I love this sensation of not talking to anyone for hours and only listen music.

서울을 방문할 계획은 없나. 당신을 목 빼고 기다리는 마니아가 많다.
정말 방문하고 싶다. 현재는 앨범 녹음에 집중하고 있으니, 투어가 시작되면 여러분 모두를 서울에서 만나보고 싶다.

I would really love to, for now I’m focusing on recording the album and when the tour kicks I hope to see you all there!

Text Oh Yura
Fashion Laëtitia Gimenez Adam
Photography Anthony Arquier
Art Lee Ja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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