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자락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한국사무소에 발렌시아가(Balenciaga)를 입고 뚝 떨어진 송민호.

STRANGER?

Creative Director Gee Eun 
Photography Jang Hyun Hong 
Text Ji Woong Choi 
Editor Ji Woong Choi, Min Ji Kim 
Hair Sung Hwan Kim(Soonsoo)
Makeup Hyo Jung Kim(Soonsoo)

Wardrobe Balenciaga

 

WFP 티셔츠와 후디, 안에 입은 니트, 월드 푸드 프로그램 캡은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WFP 후디, 레이어드 트렌치코트, 테일러드 팬타 삭스, 트랙 트레이너는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레이어드 파카, WFP 니트, 안에 입은 터틀넥 톱, 테일러드 팬타 삭스, 트랙 트레이너는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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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면 선명해졌다, 분명해졌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게 느껴진다는 게 신기해요.

말 그대로 그냥 느낌이죠.

결정적인 사건이 있던 건 아니에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뭐랄까, 고통과 인내의 끝에서 이제 탈출한 느낌? 나비가 된 것처럼요. 어쩌면 아직 애벌레일지 모르지만요. 예전보다 생각의 깊이가 깊어진 것 같아요.

지금 결핍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어때요?

결핍이라는 감정은 다양하고 복잡한 것 같아요. 요즘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하면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해요. 그것도 일종의 결핍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도 생긴 것 같고요.

A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A’의 면을 볼 때가 있죠. ‘겁’이라는 노래를 통해 송민호를 다시 보게 됐어요. 이제 지겹나요?

그 노래에 관한 질문요? 상관없어요. 그냥 단순해요. 저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인데 어쩔 수 없이 강한 척하며 살았거든요. 어느 순간 더는 감추기가 힘들더라고요.

여전히 겁이 많아요?

네, 여전히요.

무엇이 두렵나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두렵지 않아요. 무섭지도 않고요. 근데 그에 따른 평가에는 쉽게 휩쓸리는 것 같아요. 겁나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줄까 봐 겁이 나요.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물론 쉽지 않지만요.

인내심은 어때요?

감히 말씀드리면, 저는 인내심이 대단해요.

그게 좋은 걸까요?

그렇게 생각했죠. 근데 어느 순간 그게 정답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끝까지 참아야 할 때도 있지만, 참아봤자 소용없는 일도 있더라고요. 이제 그런 건 그냥 뱉어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여전히 사진 찍어요? 역시 라이카로?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은 필름 카메라죠. 최근에는 완전 옛날 카메라를 모으고 있어요. 전쟁터에서 종군기자가 실제로 썼을 것 같은 카메라요.

요즘에는 렌즈 두 개짜리 이안리플렉스 카메라에 빠진 것 같던데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 막 자랑하는 걸 들었어요.

좋아하는 사진가 중에 비비안 마이어가 있어요. 그 사람이 이안리플렉스 카메라인 롤라이 플렉스를 썼어요. 궁금했죠. 원래 35mm 필름만 쓰다가 마침 필름 규격이 큰 중형 필름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되게 매력적이에요.

매력을 느끼는 피사체, 찍고 싶은 순간에 관한 기준도 선명해졌나요?

네, 근데 뭐 뻔하죠. 사진을 처음 찍을 때는 초점과 노출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 많이 찍었죠. 주로 가로등 같은 거요. 요즘 습관적으로, 무조건 찍고 있는 건 시끌벅적한 대기실 풍경이에요. 거기에 있는 사람들요. 그리고 예쁘게 뜬 구름.

가장 최근에는 뭘 찍었죠? 라이카든 롤라이 플렉스든 아이폰이든 상관없이요.

사람들요.

언젠가 가사로 쓰지 못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그린다고 했죠. 그게 어떤 마음인지 말로 표현할 수 있나요?

그림은 취미니까요.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유롭고 넓게 하고 싶은 걸 펼칠 수 있는 거 같아요.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까요.

파란 장미를 좋아하죠?

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죠.

왜 파란 장미죠?

올해 초에 확 꽂혔는데요, 꽃말이 되게 크게 다가왔어요.

그게 뭔데요?

원래는 ‘불가능한 것’이었대요. 근데 최근에 ‘기적’, ‘희망’ 뭐 그렇게 꽃말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그냥 좋아요.

오늘 발렌시아가를 입었죠. 좋아해요?

네, 그럼요. 특유의 당당함과 과감함이 좋아요.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그 속에 가짜를 욱여넣지는 않으니까요. 진짜배기가 전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느낌이 들어요.

오늘 입은 ‘발렌시아가 2018 겨울 컬렉션’ 중 여러 벌에서 기아 없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구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로고를 확인할 수 있어요. 로고가 새겨진 옷을 구입하면 구매 금액의 10%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자동 기부된다고 해요.

취지가 좋아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예쁜 옷을 샀을 뿐인데 저절로 기부가 되는 거니까요.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 촬영한 장소는 어때요?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에서 공간을 내어줬거든요.

여기가 세트 스튜디오나 그런 거 아니고 진짜 사무실이잖아요. 아까 딱 왔는데 다들 조용히 일하고 계셔서 솔직히 좀 놀랐어요. 촬영팀이 사무실을 누비면서 촬영하는 데도 태연하게 일하시는 모습에 또 놀랐고요. 이렇게 색다른 촬영은 처음이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의미도 있고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제 ‘송민호’라는 개인은 영향력을 갖게 됐죠. 화보 촬영 모델료를 기부한다면서요.

사실 큰마음을 먹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좋은 기회가 생겨서 참여했을 뿐이에요. 제 마음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또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그건 제게도 반갑고 감사한 일이죠.

곧 솔로 앨범이 나오죠. 송민호의 A인가요? 아니면 A’를 볼 수 있나요?

둘 다 아닌데요. 저는 그냥 ‘ㄱ’을 보여드릴래요.

새 노래에서 가장 아끼는 문장이 있다면?

“내 두 눈이 작은 것 같아. 널 담기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나요?

‘be nice, be kind’라는 문신을 새길 때 무조건 나이스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어요. 근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저 가운데에 ‘be why’라는 레터링을 추가할까 해요.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내가 보는 내 삶을 살고 싶어졌거든요. 지금 제 마음은 그래요. 이게 결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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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화보는 <데이즈드> 2018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