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경과 생 로랑, 빛나는 파리에서 반짝이는 서울까지의 패션 여정

SUNSET, SUNSHINE, SUNRISE

Text Yu Ra Oh

Text Yu Ra Oh 
Fashion Hoo Ji Park, Sun Hee Park 
Photography Jung Wook Mok 
Hair Gwi Ae Kim 
Makeup Yeah Won Kang 
Wardrobe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스트라이프 재킷과 블랙 셔츠, 팬츠, 파이톤 부츠, 모자는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풍성한 수술이 달린 아우터와 메시 톱, 블랙 팬츠와 벨트는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가슴에 슬릿 디테일을 더한 원 숄더 미니드레스와 플랫폼 샌들은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Photography Kook Ki Kim

 

-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 트로카데로 정원에 설치된 야 외무대에서 생 로랑의 2019 S/S 여성 컬렉션을 가장 먼저 봤 고, 오늘 입은 옷 중에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펼 친 생 로랑의 2019 S/S 남성 컬렉션도 있어요. 시즌에 앞서 누구보다 먼저 생 로랑을 즐기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정말요? 오늘 입은 재킷이 하나같이 예쁘더라고요. 쇼를 볼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무대도 참 인상 깊더군요. 그날의 파리 하늘과 분위기가 쇼를 완벽하게 만드는 기 분이었어요.

이성경에게 파리는 어떤 곳이에요?

홀로 첫 여행을 한 곳인데 그 여행이 제게 처음으로 온전 한 쉼을 줬어요. 각별하죠. 파리에 사는 친구들도 있고. 지루하다 느낄 때쯤 또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파리예요. 파리 근교에만 나가도 무척 다르죠. 포도밭을 걷기도 하고, 가는 길마저 재미있거든요. 알려지지 않은 시골 동네를 찾아볼까 해요.

의외네요. 도시가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조용하게 있는 걸 좋아해요. 쉴 땐 집에만 있어요. 혼자 집 청소 하는 게 힐링이라 생각할 정도로.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치고. 근데 최근에는 외출해서 자주 놀 러 다니고 사람도 만나니까 좋긴 하더라고요.(웃음)

쇼는 무대 위 제한된 공간에서 연출된다는 점에서 연 기와 닮은 걸까요?

보는 사람에게 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연기랑 비슷하 죠. 그런데 에너지가 약간 달라요. 연기는 섬세하고 끊임 없이 고민을 요구해요. 모델은 쇼 직전까지는 준비할 게 많아도 무대 위에서만큼은 자유롭고 황홀하고 행복하고, 그 순간을 느끼면 되니까. 반면 연기는 만들어가는 과정 이 중요하다 보니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에요. 모델처 럼 바람을 가르며 황홀함을 느낄 순 없거든요. 사람의 감 정을 전달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감해야 위로든 기쁨 이든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으니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야 하죠. 그 과정을 즐기는 건 맞지만 연기할 때는 항상 많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어요.

눈이 복잡해 보여요.

그런가요? 작품, 장면, 캐릭터, 하물며 상대방과 호흡을 맞출 때도 나로 인해 상대가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지, 상 대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파트너인지 의문을 던져요.

어쩌면 주변을 둘러볼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도 되나요?

처음에 멋모르고 할 땐 몰랐어요. 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 기고, 생각할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고, 제 부족함이 크다 고도 느껴요. 부족하다고 핑계 대기 전에 프로답게 행동 해야 하니까. 그래서 몰입이 잘되는 순간이 오면 행복해 요. 희열을 느낄 수 있거든요. 캐릭터를 연구하고, 전하려 는 메시지가 뭔지, 작품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도 고민해 요. 좋은 작품을 하려면 좋은 배우가 되어야 하고, 좋은 배 우가 되고 싶은 것도 결국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한 거니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할까요?

맞아요. 그런데 연기하면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얼마 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고민하는 과정마저 즐거워요. 축복이나 다름없어요.

짧은 시간 동안 여기까지 온 걸까요?

저는 운이 너무 좋았어요. 좋은 작품과 스태프, 선후배 그리고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노력파인가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래도 부족해 보일 수 있으니까. 내 노력을 인정받길 바라기보다는 쓴소리도 달게 받기로 했어요. 스스로도 부족함을 인정하니까요.

자신을 지키는 건가요?

쉴 땐 최선을 다하자. 사람은 쉬어야만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어요. 쉴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어떻게든 나의 쉼을 찾아내야 하죠. 쉬면서 내가 해야 할 생각과 마음가 짐을 추려내는 거죠. 그렇게 해야 휘둘리지 않고, 후회하 지 않고, 뭘 하든 내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처음 연기할 때보다 가장 많이 변한 게 있다면요?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건 변함없어요. 생각이 많아 지니까 어려워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땐 그게 무기였 는데 이제는 알고 경험이 쌓이니까 순수함을 가릴 때도 있더라고요.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걸 어떻게 조화시킬지 늘 고민하죠.

이렇게 노력하는 줄 몰랐네요.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요. 예를 들어, 내가 느끼는 게 먼저냐, 상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먼저냐 하는 자잘한 것부터 내 진심을 대중이 못 느낀다면? 이 렇게 표현하는 게 맞나? 그럼 이게 진심이 아니지 않나, 너무 어려워요. 쉽지 않아요.

그래도 후회는 안 하는 것처럼 보여요.

사람들이 제 연기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면 얼마나 고마 운지 몰라요. 어떤 캐릭터로 온전히 살았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거든요. 제게는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순 간이에요. 작품을 끝내면 이성경이 아니라 캐릭터 이름 으로 피드백을 받는 게 좋더라고요. 이성경 어떻다 말고 복주가 운다 하고.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역할이라 면 뭐든 다양하게 연기할 거예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배우 활 동을 처음 시작했어요. 캐스팅의 비하인드 있었나요?

에너지가 너무 좋았대요. 만들어지고 익숙한 얼 굴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필요했는데 절 만나고 마음 이 끌리셨다고.

저도 파리에서 만났을 때 그걸 느꼈어요.

그래요? 저도 모델 때부터 <데이즈드>를 좋아했어요. <데이즈드>는 자유분방해요. 어떤 강렬함을 지니고 있 는데 그렇지 않은 걸 해도 그래 보이게 하는 능력을 지닌 게 <데이즈드> 효과 같아요. 뭘 하든 자유로울 수 있는 거. 그래서 저도 오늘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웃음)

감정에 크게 사로잡힌 적 있나요?

이다음 질문이 ‘사랑의 힘을 믿나요?’죠? 저는 사랑의 힘 을 믿어요. 아주 많이요. 사랑의 힘은 어느 것보다 강력 하다고 느껴요. 가족, 이웃, 반려 동물, 연애, 일··· 어떤 사랑이든 사랑은 모든 걸 초월할 수 있어요.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을 수 있으니까. 사랑은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 게 만들고, 사람을 변하게 만들고. 사랑은 눈을 가리기도 하고, 보게도 하고. 사랑의 힘은 엄청나요.

최근에도 느꼈어요?

일상에서 항상. 제가 함께하는 스태프도 단순히 같이한 지 오래되어 친하기보다 가족처럼 지내는데, 우리는 마 치 서로 사랑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울고, 웃고, 같이 즐 겁게 이야기하는 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마음이 통하고 맞아야 하니까. 그래서 일할 때도 에너지가 남다 르고 행복해요.

자주 표현하나요?

어릴 땐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지금도 부모님이랑 통화를 끝낼 땐 꼭 사랑한다 고 말해요.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의미를 계속 부여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시작한 행동이 세상 을 바꿀지도 모르거든요. 설령, 내가 작아져 있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기운 낼 수 있으니까. 저는 사 랑으로 치유받았어요.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이 든, 친구든, 스태프든, 팬이든 그들의 그 사랑을 하나씩 곱씹어봤어요.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 사랑을 받는 것, 사랑을 느끼면서 사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이제 막 작품을 끝냈는데, 어떤 시간을 가질 건가요? 이성경의 2019년 봄여름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랜만에 쉬는 거라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려고요. 무리 해서라도 부모님과 제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즐기고 시 간을 보낼 수 있을 때 실천하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리고 못본 영화를 볼 거예요. 다시 몸을 건강하게 만든 뒤 재 미있는 작업도 많이 하려고요. 휴식은 또 다른 일을 준비 하는 과정과도 같으니까. 나름대로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어요.

사랑도 많이 하고요?

그럼요. 바빠서 그동안 사람을 못 만났으니 앞으로 함께 어울리고, 웃고, 추억도 쌓아야죠.(웃음)

 

-

더 많은 화보는 <데이즈드> 2018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