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은 섹스가 아니야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왔다. 예고편 돌연 삭제, 공개 반대 시위, 일종의 ‘좌표’가 찍혔다는 이 현상이 우리의 좌표 그 자체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굴 비난하고 미워하는 마음보다 차라리 우리끼리 사랑하기 바쁜 이 대도시에서, 박상영의 ‘영’ 남윤수를 포함한 이 열두 명을 보자. ‘흥’ 코웃음 한 번 치고, 이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냐며 ‘흥흥’ 웃는 이가 한가득이다. 너, 나랑 사랑할래?
니트 톱과 브라운 레더 팬츠는 디올 맨(Dior Men).
윤수가 입은 그레이 점프슈트는 디올 맨(Dior Men). 호은이 입은 그레이 니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는 아이엘(Aieul), 하프 팬츠는 푸시 버튼(PushBUTTON), 삭스는 에디터의 것.
윤수가 입은 베이지 코트와 핑크 셔츠, 블랙 터틀넥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혁이 입은 올리브 그린 모노그램 블루종과 니트는 페라가모(Ferragamo).
윤수가 입은 프린트 톱과 셔츠, 데님 팬츠, 부츠는 모두 디젤(Diesel), 브리프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현우가 입은 브라운 바시티 재킷은 스모크라이즈(Smoke Rise), 팬츠는 프라이빗네이버스(Private Neighbors), 슈즈는 캠퍼(Camper), 삭스는 에디터의 것.
우럭 한 점 우주의 맛(감독 허진호, 배우 오현경·나현우)
“우리가 먹는 우럭도, 우리 자신도 모두 우주의 일부잖아요. 그러니까 우주가 우주를 맛보는 과정인 거죠.” 원작 소설 속 한 커플은 우럭 한 접시를 앞에 두고 이런 비약, 개똥철학 혹은 사랑을 확인한다. 5년 전 소설을 읽으며 생각했다. 저 한 문장은 구원이라고. “이 소설이 2부죠.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운동권 출신 애인과의 사랑, 시한부 암환자 엄마와의 애증 같은 관계가 분리된 이야기 같지만 결국 고영이라는 인물이 성장해 나가면서 겪는 생활 속 이야기잖아요.” <대도시의 사랑법> 중 가장 긴 데다 부모, 연인, 정치, 종교 등 도무지 한 갈래로 정리되지 않는 이 소설에 허진호 감독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안 되죠!” 오현경 배우는 극 중 엄마다. “어떻게 받아들여요? 엄마들이 되게 이기적이에요. 성소수자에게 편견이 없더라도 내 자식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달라요. 나 부끄러운 걸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근데 내가, 결국은 죽음을 앞두니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거야. 그냥 몸이 아픈 고통과 함께 모든 걸 안고 가게 되는 거구나.”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과 또 다른 차원의 고백들. 아픈 엄마의 병수발을 들며 남모르게 작가를 준비하는 고영과 끊임없이 불화하는 애인 ‘영수’는 몸이 좋은 배우 나현우가 맡았다. “고영이라는 인물이 영수를 좋아하게 되는 동기는 여럿이겠죠. 물론 영수의 철학적 지식과 태도도 있겠지만 또 몸도 있지 않을까.” 허진호 감독은 나현우 배우의 몸을 처음 알아봤다. “흐흐. 아주 잘 캐치하셨어요.” 너스레를 떨던 나현우 배우가 아주 심플하게 말했다.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물론 제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과 혼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했지만, 확실한 건 제가 사랑에 빠졌다는 거고, 그건 누구나 같은 모습이죠.” “고영이 특히 영수를 정말 사랑하는 느낌이 들어요. 눈빛에서나 키스 신scene에서나. 집도 사줄 것같이 그러더라고요.” 그런 허진호 감독이 웃다 멈춰선 지점을 기억한다. “제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타고난 슬픔은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데 사회적 장애물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참 아름다웠어요. 영화 <봄날은 간다>가 떠오를 정도로요.” 이 사랑이 계속 팽창해 그야말로 우주적 사랑이 되기를.
호은이 입은 그레이 니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는 아이엘(Aieul). 윤수가 입은 그레이 점프슈트와 브라운 니트 톱은 디올 맨(Dior Men).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홍지영, 배우 진호은)
“저 ‘규호’ 하고 싶어요.” 오디션장, 진호은의 한마디가 홍지영 감독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작품과 동명의 에피소드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 출발부터 특별하다. 감독이 가장 원한 에피소드이자 배우가 가장 원한 캐릭터. ‘대도시의 사랑법’을 향한 두 사람의 남다른 애정과 확신을 확인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도시에는 정말 다양한 색깔의 사랑이 있어요. 그저 저희는 그 사랑들을 길어 올리기만 하면 됐어요.” 작품의 기승전결 중 ‘전’에 위치한 에피소드. 심지어 작품과 이름까지 같지만, 그 위치와 의미에 대한 부담은 두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바라보는 건 오직 고영과 규호의 사랑뿐, 자신들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운 형태의 관계를 그려내는 데만 몰두했다. 홍지영 감독은 이 에피소드를 ‘가장 보통의 연애’라고 칭한다. “이렇게 드라마틱할 수가 없어요.(웃음) 첫눈에 반했어, 만났을 때 설레지, 너무너무 좋은 시기를 보내다 좀 힘들어서 싸우지, 격하게 그랬다가 또 막 아물었다가.” 나 또한 원작을 읽는 내내 고영과 규호의 순애가 눈에 밟혔다. 소수자성이라는 배경보다 앞서는 것, 그 관계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관념보다 고차원의 것이었다. “둘의 관계는 ‘사랑한다’가 아니라 ‘마음을 헤아린다’ 같아요. 정말 큰 감정이거든요. 영원한 사랑에 대한 바람이 아니라 상대의 훨씬 넓은 영역을 내가 ‘헤아려 볼래’, ‘이해해 볼래’ 이런 마음.” 홍지영 감독과 진호은 배우가 보여주는 확신과 애정은 절대 타자의 위치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감독과 배우, 캐릭터가 오롯이 하나가 된다는 것, ‘대도시의 사랑법’이 진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감독, 배우님들과 이태원 클럽도 가보면서 많이 배웠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요소를 살리고 싶었다기보다 지키고 싶었던 건 그냥 사랑 하나예요.”
윤수가 입은 핑크 셔츠와 블랙 터틀넥, 레더 팬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수경이 입은 드레스는 토리버치(Tory Burch).
미애(감독 손태겸, 배우 이수경·권혁)
원작의 ‘재희’, 드라마의 ‘미애’. <대도시의 사랑법>이 여실히 우리에게 와닿을 수 있는 건 그 출발점이 상대 남자가 아닌 여자인 ‘친구’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관념에서 메이저가 아닌 영역에 있는 남성과 젠더 문제에서 여러 고충을 느끼고 있는 여성의 연결고리가 강력한 유대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태겸 감독의 말에 이수경 배우가 덧붙인다. “뮤지컬 <헤드윅> 넘버 ‘The Origin of Love’ 속 신화처럼 미애와 고영은 원래 붙어 있던 걸 떼어낸 것 같은 사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사랑으로써 성장하는 여정, 두 사람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데 각별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내게, 우리에게 미애의 존재는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둘의 모습을 통해 보편적 정서를 끌어낸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마땅한 우정으로서 특별할 게 없기에 고영과 미애의 관계는 빛난다. 평범한 우정, 사랑, 관계. 이 작품 앞에서 평범하다는 말이 마냥 상투적일 수만도 없지 않나. 나아가 네 가지 에피소드 중 유일하게 제목이 변경된 ‘미애’는 서사에서의 변화 또한 눈길을 끈다. 에피소드마다 감독, 인물, 스토리가 달라지는 드라마는 고영의 사랑 이야기에 무게를 실어 진행된다. 원작 속 선명한 재희의 성장 과정만큼 고영에게도 이런 서사를 부여하고자 했다고. 그렇게 고영의 첫 남자로 등장한 ‘남규’, 드라마에서 그의 존재감은 확실히 두드러질 듯 보인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하나씩 감독님과 의논하면서 만들어간 그 과정이 되게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권혁 배우가 연기한 남규와 완성될 ‘미애’에 부푼 기대를 품고 물었다. “고영에게 남규는 어떤 의미일까요?” “고영의 모든 남자가 강렬한 이별의 추억을 남기지만 그 색깔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스무 살 때 헤어지는 이유와 서른 살 때 헤어지는 이유가 다른 법이잖아요. 각 나이대의 퀴어를 보여주는 전체 이야기에서 남규는 딱 어린 시절, 신경 많이 썼죠.”
원중이 입은 스타디움 재킷은 이알티알(ERTR), 블랙 하프 팬츠는 와이와이와이와이(YYYY), 부츠는 캠퍼(Camper), 삭스는 에디터의 것, 네크리스는 원중의 것. 윤수가 입은 데님 랩스커트와 팬츠, 볼캡은 모두 겐조(Kenzo), 블랙 슈즈는 토즈(Tod's),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늦은 우기의 바캉스(감독 김세인, 배우 김원중)
누군가 ‘날씨는 감정’이라고 했던가.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어떤 마음일까. “제목도 그렇고, 저는 이 작품 자체가 시적으로 다가왔어요. 보통 대사나 장면이 남는다고 할 때, 이 작품만큼은 차가움이나 빗소리 같은 감각이 다가오더라고요. 이 사랑을 매력적으로 잘 살리고 싶었어요.” 김세인 감독이 맡은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남윤수 배우가 맡은 ‘고영’의 사랑을 갈무리하는 마지막 에피소드.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퀴어이고 청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고. 갖가지 정체성 가운데 이 이야기를 청춘 드라마라고 생각했을 때 뭔가 많이 흔들려야 보이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비비’와 고영의 만남이 그런 것 같아요. 굉장히 충동적이고 돌발적이고. 거기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을 잘 담아내야겠다, 아주 많이 흔들려야 마지막에 보이는 게 있겠다 생각하면서요.” 이별 후 고영 앞에 대뜸 나타난 건 김원중 배우가 연기한 하비비다. 게다가 배우 첫 데뷔를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하게 됐다. “이렇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제 안에 있는 즉흥적인 면모가 없었다면 감히 용기 내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이 작품을 낯선 작업으로 여길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래서 더 진솔하게 사랑한 것 같아요. 저 역시 한 명의 시청자이자 독자로서 작품을 접하면서, 이 작품만큼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가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속으로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잘됐으면 해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건 김세인 감독도 마찬가지다. “퀴어 서사를 다룰 때 보통 이성애적인 연애를 도식화해 그리는 작품이 많잖아요. 저는 그 방식은 피하고 싶었어요. 퀴어를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온전한 당사자는 아니라 욕심이 커질수록 더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그런 김세인 감독에게 박상영 작가는 “그냥 해”라고 조언했다고. “그 말을 듣고 나니 ‘원작 소설이 갖고 있는 정서와 나의 이런 조심스러운 연출 태도가 맞을까?’ 생각해 보니, 아니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오히려 ‘그래, 뭐든 규정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 마음먹으니 더 재밌었어요.” 같잖은 혐오와 규정 앞에서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거침없이 사랑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아주 갑작스레!
원중이 입은 톱과 팬츠는 레이블리스(Labeless). 수인이 입은 패턴 드레스는 가니(Ganni), 슈즈는 닥터마틴(Dr. Martens), 타이와 손에 들고 있는 재킷은 로에베(Loewe). 호은이 입은 바시티 재킷과 팬츠는 스모크라이즈(Smoke Rise), 슈즈는 푸마(Puma). 현경이 입은 퍼 코트는 가니(Ganni), 레드 레더 튜브톱 드레스는 웰던(We11done), 슈즈는 에디터의 것. 진호가 입은 재킷은 아이엘(Aieul), 톱은 세이모우(Ceimou), 워싱 데님 팬츠는 톰스벌스데이(Tom’s Birthday), 슈즈는 캠퍼(Camper). 윤수가 입은 옐로 그린 보 셔츠와 데님 팬츠는 로에베(Loewe), 아이보리 슬리브리스 톱은 렉토(Recto), 슈즈는 토즈(Tod's). 수경이 입은 블랙 재킷과 새틴 스커트, 슈즈는 모두 웰던(We11done), 티셔츠는 에디터의 것. 현우가 입은 레더 재킷은 톰스벌스데이(Tom’s Birthday), 후드는 썬러브(Sunlove). 지영이 입은 퍼 재킷은 오픈와이와이(Open YY), 데님 팬츠는 가니(Ganni), 슈즈는 닥터마틴(Dr. Martens), 티셔츠와 벨트는 에디터의 것. 태겸이 입은 바시티 재킷은 스모크라이즈(Smoke Rise), 톱은 톰스벌스데이(Tom’s Birthday). 혁이 입은 퍼 디테일 레더 재킷과 팬츠는 뉴인(Neu_in), 슈즈는 오니츠카타이거(Onitsuka Tiger). 상영이 입은 데님 재킷은 플라스틱 프로덕트(Plastic Product), 톱은 하이타이드 프랭키(Hightide Frankie), 스웨트팬츠는 썬러브(Sunlove), 슈즈는 캠퍼(Camper).
베이지 코트와 핑크 셔츠, 블랙 터틀넥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영과 영(작가 박상영, 배우 남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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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었던 작품인 거죠?
윤수 그렇죠. 그때 이야기 중인 작품이 두 개 정도 더 있었어요. 근데 안 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죽기 전에 하고 싶었거든요. 제 신조가, 연기하면서 ‘보통의 로맨스는 절대 안 한다’거든요. 전형적인 로맨스에는 제 몸이 반응하지 않아요. <대도시의 사랑법>은 새로웠어요.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날까?’ 솔직히 이런 게 더 궁금했어요. 책에서보다 더 만난 것 같거든요.(웃음)
상영 기개가 있는 사람이야. 흐흐.
남윤수의 고영은 상상하던 것과 몇 퍼센트 일치하나요.
윤수 이런 질문 많이 받지 않았어요?
상영 저 처음 들어요. 상상해 온 원작 소설의 ‘고영’과는 다르죠. 제가 생각했을 때 윤수 씨는 직업이 작가인 사람의 모습과 어쩌면 되게 다른 비주얼이니까요. 근데 저는 남윤수 배우의 얼굴에 의외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비율로 따지자면 30% 정도 일치하는데, 남은 70%에 제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 나올 때마다 그게 되게 기쁜 거예요. 거기에 가끔씩 실제 남윤수가 보이기도 했고요. 저는 남윤수의 고영을 통해 너무 사랑스러운 한 사람을 봐줬으면 해요. 실수하고 좌충우돌하고, 순간순간 미운 짓도 하지만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8회 차 동안 고영이 만난 남자들과 그 연애사를 돌아보면 어때요.
윤수 전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했어요. 고영의 스무 살 때부터 서른 때까지의 이야기인데,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이나 군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모두 진심을 다해 연기했어요. 스스로 과거의 내 사랑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한 사람을 알아가고, 경험하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게 결국 누군가의 인생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겠다. 그러니 그렇게 어렵게 다가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퀴어의 사랑이 어려운 게 아니잖아요.
아까 인터뷰한 허진호 감독이 고영과 남자들이 연신 예쁘다고, 아름답다고 했어요. 네 남자가 그렇게 예뻤나요.
윤수 먼저, 권혁 형은 일할 때 진짜 섹시해요. 극 중 포토그래퍼인데, 손이 정말 예뻐요. 직접 안 보면 모르겠지만 손을 잡아보니 정말 크더라고요. 게다가 ‘얄상’하고. 현우 형은 아무래도 몸이죠. 장난 아니에요, 가슴이.(웃음) 그렇게 큰 가슴은 처음 봤어요. 허진호 감독님께서 굉장히 육감적으로 잡아주셨는데, 원래 소설은 그런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그냥, 뭔가 벗은 게 좋고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리고 호은은 저와 외적으로 완전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원중 형은 코가 정말 예뻐요. 신기하고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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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갈리는 반응을 보면 어때요.
윤수 (SNS 창을 보여주며) DM이 그렇게 와요. “왜 이런 작품을 찍었냐” 같은. 그럼 답장을 하죠. “이런 이야기 무시하면 안 된다” 이렇게. 그러면 바로 “미안하다”라고 연락이 와요. 제가 답장할지 몰랐으니까.(웃음) 그러다 절 팔로우도 하시고. 팬이 된 거죠. 욕도 많지만 이런 메시지도 와요. “자기 나라에서 첫 번째 동성 결혼을 했다. 이런 이야기가 세상에 나와 너무 기쁘다.”
상영 고맙다는 이야기, 저도 정말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책임감도 더 느껴요. 퀴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무단횡단도 좀 덜하려고 하고. 담배도 막 끊고. 저한테도 되게 가깝고 각별한 이야기잖아요. 사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제 여러 부분 중 가장 치기 어린 곳을 모아 소설을 썼거든요. 지금 이 책을 낸 지 5년 정도 됐는데, 처음엔 문학계에서 너무 가볍다거나 외설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도 ‘이거 너무 까져서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 싶기도 했고요. 이렇게 여러 가지 일로 연결될 거라고는 상상 못 했지만, 기쁜 마음이 사실 너무 커요.
윤수 전 이 작품 들어가기 전에 실제로 퀴어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근데 너무 좋대요. 자기가 속한 세계를 세상에 알려줘 너무 고맙다고 했어요.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사전에 이태원 클럽도 가고 했는데, 갈 때마다 그 친구를 만나는 거예요. ‘킹’ 같은 데서 계속 만나게 되더라고요.(웃음) 가면 맨날 몸을 풀고 있어요. 그때마다 저한테 하는 말이 그래요. “이 세상에 게이가 없는 줄 알았지? 근데 너무 많지? 안 보이는 것뿐이야”라면서 같이 웃고. 엄청 많더라고요.
버젓이 있는 걸 숨길 이유가 있을까요. 퀴어를 알고 보는 순간 복잡할 일이 있을까요.
윤수 복잡할 게 있나요. 심플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상영 뭐랄까, 저 ‘어쩌라고’ 하는 태도가 되게 멋있어요. 고영 캐릭터를 낳은 저로서는, 윤수 씨가 고영을 자기처럼 받아들여서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구나, 나와 깊이 통했구나 그런 게 느껴져서 되게 감동적이고요. 여기 담긴 감정만은 다 진실이거든요. 스무 살 때, 행복했던 때, 사랑했던 때, 생살을 뜯어내는 것처럼 이별했을 때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고, 정말 작품을 보면 한번 진하게 사랑하고 나오는 느낌이 들 거예요.
윤수 꼭 보세요. 되게 행복한 모습도 애잔하고.
<대도시의 사랑법>이 점하는 도시 곳곳이 있잖아요. 종로, 이태원, 태국까지. 실제 모두 가봤다고 들었어요. 그곳에서 남윤수의 인기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윤수 얼굴이 좀 알려져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태원에서는 다들 알아보시고 “왜 왔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가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다녔거든요.
상영 클럽에 갔을 때 한 외국인이 윤수 씨한테 술 한잔 사주겠다고.
윤수 처음에 저한테 바지가 예쁘다고 했어요. 한국어를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그게 ‘퀸’이었나. 감독님이랑 다 함께 있었는데 작가님이 저지해 주셨죠.(웃음) 태국도 익숙했어요. 몇 번 갔던 곳이기도 하고, 제가 모델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인지 듣고 본 것이 많아서요.
상영 윤수 씨를 명예 게이로 임명해야 할 것 같아요.
월 이용자 수 1위에 달하는 OTT 티빙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기대가 커요.
상영 솔직히 걱정되는 것도 있어요. 8화까지 쭉 보니 평생 볼 남자 다 본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국에서 이런 수위의 작품이 나온 적이 없기도 하고. 원작자인 저도 걱정돼요. 차라리 처음부터 19세라고 정해졌으면 더 재밌게 했을 것 같은 생각도 들면서.(웃음) 더럭 겁도 나지만 결국 다 제가 쓴 거잖아요. 세상에 회자되는 것과 별개로 제 조각들이 너무 많이 담긴 작품이에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눈물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많이 설득이 됐으면 좋겠어요.
윤수 이 드라마가 정말 감정의 증폭이 커요. 규호를 떠나보낼 때가 아직 기억나요. 저한테는 울림이 있는 짧은 시처럼 느껴져요.
상영 사랑이 그렇죠. 언제나 아픔을 수반하기 마련 아닌가요. 예상되는 아픔도 있고요. 그 위로 쭉 걸어가요. 모든 관계는 끝이 있고, 그래서 슬프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고.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런 사랑을 그대로 닮은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요.
Text 소히(Sohee, 권소희), 위시(Wish, 김성재)
Fashion Kang Yiseul(Nam Yoonsu), 네오(Neo, 한민욱), 솝(Soap, 오유빈)
Photography Kim Yeongjun Art 위시(Wish, 김성재)
Hair Jang Hyeyeon, Park Kyubin
Makeup Lee Jiyoung, Kim Bumseok
Discover more in KOREA NOVEMBER 2024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