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BLOOMING
울 실크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샹틸리 레이스·튈·오간자에 수놓은 하이넥 톱, 울 실크 트라우저, 로지어트·레드 스웨이드 패링던 백 미디엄은 모두 맥퀸(McQueen).
코르셋 디테일이 돋보이는 더블 울 캐시미어 싱글브레스트 코트와 샹틸리 레이스 슬리브리스 톱, 레더 헤론 부츠, 크리스털 체인을 장식한 실버 메탈 선플라워 이어링, 플로럴 레이스 타이츠는 모두 맥퀸(McQueen).
하이넥 디자인의 자수 디테일 샹틸리 레이스 코르셋 미니드레스와 블랙 레이스 헤론 부츠, 플로럴 레이스 타이츠는 모두 맥퀸(McQueen).
아이스드 그린 실크 조젯 플리츠 보디스와 비대칭 레이어드 스커트가 특징인 롱 코르셋 드레스는 맥퀸(McQueen).
골드워크 보더를 수놓은 울 개버딘 테일러드재킷, 레이어드 비대칭 칼라와 러플 밑단이 돋보이는 아이보리 실크 조젯 웨이스트코트, 울 개버딘 킥백 트라우저, 레더 헤론 부츠는 모두 맥퀸(McQueen).
울 실크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샹틸리 레이스·튈·오간자에 수놓은 하이넥 톱, 울 실크 트라우저, 로지어트·레드 스웨이드 패링던 백 미디엄은 모두 맥퀸(McQueen).
아주 늦은 밤이었다. 건물 옥상에선 전종서를 둘러싼 스태프의 발소리, 카메라가 작동하는 소리, 촬영과 관련한 이런저런 대화와 지시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음 촬영을 위해 모두 옥상에서 내려간 뒤, 조용히 대도시를 살핀다. 고요한 여기, 어수선한 저 멀리. 성수동 너머에는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물을 한창 올리고 있는 공사장이 보인다. 지금은 적절하게 혼란스럽고 또 나름대로 정돈된 공사장, 얼마 후면 아주 아름다운 건물이 탄생할 공간. 전종서와 맥퀸을 촬영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퇴폐, 쇠락, 고독, 데카당스. 동시에 절제, 순수, 재건. 전종서, 맥퀸, 그날 밤을 생각한 짧은 단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는 맥퀸의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만들며 찰스 디킨스의 〈밤 산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밤을 산책했다. 그러고는 〈밤 산책〉에 이를 담았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거친 달과 구름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금방 허물어질 듯한 침대에 누운 사람처럼 불안해 보였고, 런던의 거대한 그림자는 억누르듯 강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고독은 즐길 수 있다. 고독한 밤의 전종서를 상상한다. 홀로 있는 전종서, 깊은 밤 어딘가에 도착한 전종서. 〈버닝〉의 ‘신해미’, 〈콜〉의 ‘오영수’,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의 ‘모나’. 이제는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전종서는 새로운 얼굴로 모르겠는 표정을 짓는다. 모두의 앞에서 촬영하지만 이제는 열 작품을 마친 배우답게, 아니면 원래의 전종서는 이랬다는 듯이.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딱 한발 더 자유로웠고, 그 모습은 끝내주게 좋았다. 제멋대로? 그게 맞나? 아무튼 전종서는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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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는 대부분 질문에 천천히 대답했다. 질문을 듣고선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알맞은 단어를 찾는 사람처럼 보였다. “제가 배우라는 일을 하면 할수록 여러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연기는 물론이고, 그 외적으로도 배우고 싶은 게 많거든요. 또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점점 찾게 되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지금 궁금한 건 뭘까. “방금 떠오른 건 패션이에요. 패션이 왜 좋냐고요? 예쁘잖아요”, “옷이라는 건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건 정의 내릴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아요. 제게 ‘연기가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었을 때 답을 할 수 없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패션은 좋아요. 아까 입은 맥퀸의 스타일은 더욱요. 예쁘고 새롭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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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것도 기억할까. 전종서의 잡지 첫 커버 촬영이 〈데이즈드〉였다는 것. “아휴, 당연하죠. 그때 얼마나 설렜는데요. 잠도 못 잘 정도로.” 지금의 전종서는 이런 촬영에 익숙해졌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설레거든요. 궁금하잖아요. 어떤 사진이 나올지, 또 어떤 패션인지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데이즈드〉 커버를 장식하는 건 좀 설레는 일이잖아요.”
예쁘고 새로운 맥퀸, 〈데이즈드〉 커버와 설레는 일. 그 말을 듣고 무심한 척했지만, 몰래 노트에 이 어구를 적었다. 이건 내 일인데 저리 반응해 주면 기쁠 수밖에. 또 나의 한심한 권태를 반성할 수밖에. 맥퀸과 〈데이즈드〉 커버를 장식하는 9월, 전종서는 토론토로 떠난다. 이환 감독, 한소희 배우와 함께한 영화 〈프로젝트 Y〉를 들고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 Y〉는 무엇보다도 동갑내기 배우와 함께하는 첫 작품이라는 의미가 커요. 원체 한소희 배우를 좋아했어요. 저 사람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일이고, 특이한 케미가 나올 것 같았거든요.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시나리오가 재밌던 이유가 가장 컸지만, 그다음은 역시 한소희 배우였어요.”
작년 나는 편집장과 함께 영국에 갔다. 어느 행사장에서 한소희 배우를 만난 적 있다. 그때 한소희 배우도 같은 말을 했다. 전종서가 너무 좋고, 이 영화는 대단히 새로울 것이라며 한참 영화에 대해 떠들었다. “맞아요. 뜨거운 감자 같은 작품이 될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동갑인 두 여자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고 보니 그런 작품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동갑내기 두 남자가 나온 영화는 이미 여럿 떠오르지만. “아 참, 그리고 영화 시나리오만 보고는 몸을 쓴다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보니 그런 장면이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저는 촬영하면서 몸을 진짜 안 사려요. 오늘 촬영도 그랬잖아요.” 9월호 촬영은 늘 힘들다. 한국에서 가장 더운 날에 가을, 겨울 옷을 입고 촬영하니까. 전종서는 어땠냐고? 그의 말마따나 그는 몸을 던져가며 촬영을 했다.
director CHOI JIWOONG(JIWOONG)
editor PARK YEONJE(YEON)
text YOON SEUNGHYUN(BARON)
fashion CHOI JAYOUNG
photographer JANG DUKHWA
art KIM SEONGJAE(WISH)
film PARK DOYEON(NOID), JO JIHYO(DEMI)
hair KOO MIJUNG at JENNY HOUSE
make-up KANG INJU at OUIOUI
nail LEE JIHEE at JENNY HOUSE
assistant PYO KIRYEONG(TIA)
Discover more in DAZED KOREA SEPTEMBER 2025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