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 세계의 얼굴, 수민이 보테가 베네타의 2020년 프리폴 컬렉션 룩을 입고 경주 첨성대에서 미래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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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 세계의 얼굴, 수민이 보테가 베네타의 2020년 프리폴 컬렉션 룩을 입고 경주 첨성대에서 미래를 이야기했다. 첨성대가 어떤 곳인가. 땅이 아닌 하늘을 보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곳 아니던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고 경계를 허물며,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세상, 수민과 우리가 꿈꾸는 그런 곳에 대한 기대는 단지 요즘의 것만이 아니다.


격자 디테일 베스트와 쇼츠, 브레이슬릿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니트 톱과 코튼 팬츠, 더비 슈즈, 링, 양말, 체인 카세트 백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보디슈트와 네크리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롱 코트와 코튼 재킷, 나일론 팬츠, 더비 슈즈, 체인 카세트 백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레더 쇼츠와 네크리스로 연출한 브레이슬릿, 골드 체인 네크리스, 실버 브레이슬릿, 브레이슬릿으로 연출한 체인 네크리스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니얼 리의 첫 번째 쇼인 2019년 F/W 컬렉션에 섰어요. 아직도 기억나요. 맨살이 살짝 보이는 오렌지 컬러 시스루 톱과 정갈한 블랙 슈트, 롱부츠를 입은 수민의 모습을. 당시를 회상해보면 어땠어요? 디자이너의 데뷔 쇼에 선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기도 하잖아요.
‘처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렘을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그게 대니얼 리의 데뷔 쇼였고,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였죠. 전 맨즈 룩의 오프닝을 맡았어요. 그때를 회상하면, 파리에서 밀라노로 급히 넘어갔고, 그곳에 대니얼 리와 당시 총괄 스타일리스트 마리 차이스Maire Chaix, 뉴욕에서 온 남성복 어시스턴트 러셀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들은 누구를 남성복 무대에 제일 처음 세울지 고민했고, 그 자리에서 제가 선택됐다고 들었어요. 덕분에 그 시즌 남성복을 모조리 입어봤죠.(웃음) 대니얼 팀이 재미있었던 건 스타일링할 때 묻어나는 무드나 바이브, 옷의 재질, 피트, 입었을 때의 편의성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서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 거예요. 그래서인지 그 시즌에 만든 남성복은 전부 제 자식 같은 느낌이 있어 무척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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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요. 패션계도 마찬가지고요. 슬픔과 아픔과 절망과 혼란이 정처 없이 떠다니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나날들이에요. 작은 행복이 무척 소중하고 감사할때죠. 수민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세상인가요?
가장 깊게 고민한 질문이에요. 제가 꿈꾸는 미래가 작은 경계에서는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하지만 패션 범주에서 볼 때는 너무 다른 세상을 꿈꾸죠. 제가 어떻게 보면 클래식한 타입의 모델은 아닌데 클래식한 일을 해냈을 때, 하우스 브랜드와 함께 커머셜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등 부모님 세대나 패션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도 모델이라는 경계가 무척 넓어졌구나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모델을 시작한 것도 있어요.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브랜드나 클라이언트들이 생각하는 범위가 달라질 테고, 그러다 한국 시장이 점차 커지고 더 다양한 한국 모델이 선택받고 활발히 활동하는 날이 온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중국 시장을 중점적으로 보던 해외의 시선이 아시아 시장으로 옮겨질 테고, 그러다 보면 전체 시장이 커지겠죠.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고 경계를 허무는 사람이 저였으면 재밌겠다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패션적인 미래? 더 재미있고, 더 유연하고, 더 우리끼리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세상. 그냥 그런 것 말이에요.

Text & Fashion Hyun Kukseon
Photography Kim Yeongjun
Model Xumeen
Makeup Oh Seongseok
Assistant Kim Jinseok, Lyu Mi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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