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투로 그가 말했다. “오늘은 오늘에 충실했어요.” 김명수의 더할 나위 없던 어느 하루.

DAY 1

Text Kwon Sohee


이너로 입은 셔츠와 니트 톱, 팬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브라운 셋업은 제냐(Zegna).


실버 컬러 니트 톱은 니치투나잇(Niche2Night).


올리브 컬러 셋업은 시이안(Ceeann).


슬리브리스 니트 톱은 누아클레(Nuakle), 벨트는 베르사체(Versace), 네크리스는 톰 우드(Tom Wood), 팬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니트 톱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오늘 몇 시 퇴근이 목표였나요.
사실 10시 정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오늘 촬영을 이끌었어요. 덕분에 모두가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퇴근하네요.
어떻게 보면 서두르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가장 집중할 수 있을 때 최대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옛날에 학교 다닐 때도 수업 시간이 50분, 45분 이랬잖아요. 그만큼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길게 찍든 짧게 찍든 결과물은 같더라고요(웃음)

요즘 한창 바쁘게 지내는 걸로 아는데, 에너지가 상당하네요.
맞아요. 실제로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인피니트 콘서트 준비와 검토하고 있는 작품도 있어서 대본도 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또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그제 한국에 돌아왔는데 3일 있다가 또 출국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걸 되게 좋아해요. 지금 이렇게 의욕 넘치고 엔도르핀이 돌고 하는게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웃음) 모든 것들이 지금은 재밌어요. 일에서 오는 활력이 제겐 큰 것 같아요.

오늘 당신을 찍은 사진가가 ‘오늘의 그 사람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적 있어요. 오늘의 김명수가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이 잘 나왔나 봐요(웃음) 제가 아이러니한 게, 힘들면 힘들수록 얼굴이 좋아지더라고요. 덜 붓기도 하고, 밥도 잘 못 챙겨 먹으니까 아무래도 살짝 야위어서. 근데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결과물이 좋게 나오니까 기분도 좋네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화보도, 인터뷰도, 연기와 무대 모두 다 동적인 작업이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바빠도 괜찮나요
MBTI도 그렇고 본연의 성향은 확실히 엔터테이너라는 직종과는 굉장히 정반대에 있어요. 근데 오히려 반대니까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마인드로 하는 게 있죠. 약간의 일탈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기도 하고요.

자신을 잘 파악한 느낌이 들어요.
아이돌 생활을 할 때는 짜인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다 보니 제 성격과 성향을 모르고 해온 것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좀 더 제 의지를 투영해서 하는 것들이 많거든요. 또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군대 생활이 좀 컸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봤으니까요. 정말 다양한 성격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새삼 느꼈죠.

그렇게 알게 된 것이 더 있어요?
저는 밖에서 이렇게 열심히 움직이고 말도 많이 하는 게 내면의 에너지를 다 토해내는 거예요. 그러다가 집에 돌아가면 노란 조명 하나 켜 놓고 멍때리고 있거든요. 그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예요. 저도 몰랐는데, 제가 언젠가부터 무의식적으로 해온 일이더라고요. 왜, 살려고 본능적으로 찾게 되고 하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제 모습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

데뷔한 지 13년 차가 됐죠? 제법 많은 걸 꿰뚫고 있는 것 같아요.
13년 차니까요.(웃음) 꼭 이 업계가 아니더라도 삶이 이렇게 저렇게 돌아가게 되더라, 정도는 이제 알아요. 하는 만큼 돌아오는 것도 사실이고, 어떤 인연으로 사람을 또 만나게 될지 모르는 거고. 옛날부터 ‘현재를 즐기자’라는 뜻의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를 좌우명 삼아왔었는데 요즘에 바뀌었어요. 현실에 충실하자.

‘즐기자’가 ‘충실하자’로 바뀌었네요. 뭔가 더 책임지겠다는 큰 마음으로도 느껴져요.
그렇죠. 책임을 져야죠. 입 밖으로 ‘충실’이라는 말을 내뱉는데 ‘즐기자’랑 너무 다르더라고요. 제가 하는 모든 것이어찌됐건 나의 결과물이고 결과치니까 후회없이 열심히 하고 싶어요.

오늘은 무엇에 충실했나요.
오늘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계속 초반에 말씀하셨던 ‘오늘을 담는다’라는 말이 크게 와닿더라고요. 좋은 말인 것 같아요. 두세 달 전 화보 촬영 이후 지금의 저는 그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 인터뷰로 9월의 김명수가 가진 생각을 남기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은 오늘의 제게 충실했네요. 먼 훗날 이 인터뷰를 읽게 된다면 적어도 거짓 없이 제가 가진 생각들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엘이라는 이름이 좋아요, 김명수라는 이름이 좋아요?
요즘엔 딱히 그런 생각이 없어요. 둘 다 불리는 게 좋아요. 노래 부를 때는 엘이 좋고, 연기할 때는 김명수가 좋습니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대답이죠? (웃음)

Text Kwon Sohee
Fashion Lee Miyoung
Photography Kim Yeongjun
Art Lee Seyeon
Film Kim Jiseop
Hair Park Sehee 
Makeup Jeon Minji 

더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10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more of our editorials and articles in DAZED KOREA October print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