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블랙 팬츠는 와이씨에이치(YCH), 리본 디테일 슈즈는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선글라스는 하이칼라(Highcollar).
슬리브리스 후드 톱과 프린트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핑크 컬러 터틀넥 톱과 팬츠, 슈즈는 모두 맥퀸(McQueen).
저스틴 H. 민(이하 저스틴 민)의 큰 눈을 보며 한 번쯤 묻고 싶었어요. 잘 우는 편인가요.
오,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어떻게요?
어릴 때는 정말 자주 울었어요.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해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다시피 특히 남자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저는 아마도 자연스럽게 울음 참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려 했고, 결국 20대 초반에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은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연기를 시작하면서 오래도록 외면해 온 감정과 마주하게 됐어요. 그래서 연기에 항상 감사해요. 제 감정을 다시 열 수 있도록 도와줬거든요. 그리고 심리상담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더 쉽게 눈물을 흘리게 되었고, 다시 감정을 느끼는 법을 배우는 중이에요.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 속 저스틴 민은 엄청난 화제였어요. 알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줄 몰랐어요. 인기를 처음 실감한 건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예요. 비행기에 타자마자 많은 분이 저를 알아보셨고, 승무원분들도 프로그램에서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옆자리 승객이 기내에서 〈데블스 플랜: 데스룸〉을 보고 있는 걸 봤는데, 너무 민망했어요.(웃음)
〈데블스 플랜: 데스룸〉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돌아보면 정말 꿈처럼 느껴져요. 저는 햇빛을 좋아하고, 바깥 활동을 정말 즐겨해요. 그래서 아직도 LA에 살고 있는 거예요. 바닷가 근처에 살며 매일 아침 해변을 산책하거든요. 그런데 촬영할 땐 스튜디오에만 있어야 해 답답했어요. 게다가 힘든 게임을 계속하느라 모두가 지치고, 배도 고프고, 감정이 극도로 예민해지기도 했고요. 그 정도로 감정이 강하게 요동친 경험은 오랜만이었어요.(웃음)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 같아요. 5~6시간씩 머리를 쓰는 고강도 게임을 하면서 지치고 예민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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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잘 말해요?
네, 서운한 감정은 솔직히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물론 쉽지는 않죠.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아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통’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고요. 살아가면서 점점 더 느끼는 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거예요.
당연하지만 치명적인 사실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고, 솔직하고, 때로는 용기 있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받았을 때 혹은 누군가에게 바라는 게 있을 때 그걸 직접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절대 전달되지 않거든요. 이런 생각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 문화에서는 사실 ‘소통’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 것 같거든요. 종종 감정을 억누르고, 속으로 삼키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은 문화에서 살아가게 되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고요. 하지만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진짜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경험들을 조심스럽게라도 표현하는 것. 저는 그것이 진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연결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어요.
미소가 지어지네요. 저스틴 민에게 솔직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최대한 솔직하려고 해요. 미국에 이런 말이 있어요. ‘A Clear conscience is the softest pillow.’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삶을 살면 가장 편안한 베개를 밴 것처럼 쉽게 잠들 수 있다’는 뜻이죠. 저는 잠자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근데 뭔가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되지 못했다고 느낄 때는 잠이 잘 안 와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솔직하게 살려고 해요, 항상. 사람들이 배우는 거짓말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오히려 ‘진실’을 찾아내는 직업이죠. 아무리 상상 속 장면이라도, 그 안에서 진짜 감정과 순간을 찾아야 관객에게 진실하게 전달되니까요. 그런 건 연기로도 절대 속일 수 없거든요. 아, 거짓말을 자주 하긴 해요. 식당에서 음식 어땠냐고 물어볼 때, 정말 별로였더라도 항상 “맛있어요!”라고는 하네요.(웃음)
text KWON SOHEE(SOHEE)
fashion PYO KIRYEONG(TIA)
photography KIM CHAM
art KIM SUNGJAE(WISH)
hair & make-up STELLA 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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