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정가람을 경기도 양평으로 데려왔다.

강이 흘러 바다가 되듯이

Text & Photography Ji Woong Choi 
Fashion BeBe Kim 
Hair Kyu Bin Park 
Makeup Hye Ryoung Kwak
Fashion Assistant Moon Hyuk Yoon

 

 

그린 컬러 재킷은 빈티지 제품. 라이트 블루 컬러 셔츠와 타이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레드 컬러 트러커 재킷은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화이트 컬러 코튼 터틀넥 톱은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레드 컬러 재킷은 빈티지 제품, 블랙 컬러 실크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블랙 컬러 데님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블루 컬러 셔츠와 타이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레더 블루종 재킷은 키준(Kijun), 데님 쇼츠는 리바이스(Levi’s), 부츠는 코스(COS), 버건디 컬러 터틀넥 톱은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블랙 실크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블랙 데님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롱 베스트는 빈티지 제품, 슈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레드 컬러 재킷은 빈티지 제품, 블랙 실크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블랙 실크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블랙 데님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롱 베스트는 빈티지 제품. 레더 블루종 재킷은 키준(Kijun).

 

 

 

 

가람이라는 이름, 본명이에요?

네, 정가람. 제 본명입니다.


‘강’이라는 뜻 맞아요?

그것도 맞아요. 강이라는 뜻···.


부모님은 왜 가람 씨에게 가람이라는 이름을 주셨을까요?

글쎄요, 강은 곧 물이잖아요. 물은 모두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니까 저도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신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살라고요.


이름대로 산다는 말이 있죠. 가람 씨도 그래요?

어··· 글쎄요, 굳이 이름의 뜻, 그 무게를 의식하진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름처럼 살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이지만요.


밀양이 고향이죠?

네, 거기서 태어났어요. 열아홉 살까지 꽉 채워서 살았으니까요.


지금은 스물여섯 살이고요?

맞아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봤어요?

당연하죠.


영화 초반에 이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밀양은 어떤 곳이에요?” 가람 씨에게도 물어보죠.

밀양은요, 음, 작지만 큰 도시 같아요. 아, 이걸 말로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데요.(웃음) 저는 밀양에서 태어난 걸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거든요. 막 큰 도시는 아니고 오히려 시골이죠. 영화에서 보면 시골 애들이 뛰어노는 장면 나오잖아요. 저도 딱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억이 엄청 소중해요.


스무 살이 되어 서울에 왔죠. 그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밀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은 부산으로 갔어요. 근데 저하고 안 맞더라고요. 이것저것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기웃거리다가 잠깐 서울에 올 일이 있었는데요, 밀양 촌놈인 저는 막 다 신기한 거예요.(웃음) 너무 큰 도시잖아요. 그래서 딱 마음먹고 서울로 왔죠. 여기서는 뭐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막 커졌어요.


그럼 서울에 산 지 얼마나 된 거죠?

딱 6년 됐어요.


쭉 혼자 살았어요?

네, 계속 혼자 지냈어요.


서울은 큰 도시니까 외롭기도 하겠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꼭 한 번씩 그런 감정을 크게 느끼는 거 같아요. 진짜 삭막하구나 싶을 때도 있죠. 되게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렇다고 저는 고향으로 완전히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요. 근데 또 고향이 그립기도 해요. 불안하기도 했죠.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는데 뭔가를 이루지 못한다면 계속 서울에 머물 이유나 명분이 없어질 것 같아서요.

이제 서울이 ‘집’ 같아요?

6년 정도 살았더니 이제 편해진 거 같아요. 아니 익숙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아요. 저는 1년에 두 번 정도 밀양 집에 가거든요. 서울 집이랑 다른 편안함이 있어요. 거기 가서 어릴 적 친구들 만나면 마음이 진짜 편안해져요. 고향이라는 게요, 진짜 든든한 존재 같아요. 저는 그래요. 여기 마음이 막 그래요.


오늘 우리가 만난 이 집은 어때요? 세트장이 아니라 진짜 누군가의 집이거든요.

경기도 양평군이잖아요. 딱 마을 입구에서 길이 좁아지더라고요. 주변에 강도 있고, 산도 있고, 밭도 있고요. 진짜 제 고향에 온 느낌이에요. 제가 사는 동네도 딱 이렇거든요. 강남에 있는 지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고 했으면 그냥 일하러 가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오늘 아침에는 좀 다른 기분이었어요. 놀러 가는 것 같은 기분이랑 비슷해요. 되게 신나요.


이 집 주인은 어떤 성향과 취향을 가졌을까요? 상상할 수 있어요?

아까 현관문을 딱 열고 들어서면서 든 생각이 있긴 해요. 진짜 깔끔하다. 구조나 분위기가 엄청 깨끗하다고 생각했어요. 서울 사람이 전원생활을 하려고 정성껏 지은 집 같은 느낌요. 딱 그런 거 같아요.(웃음) 그냥 집 안만 보면 강남에 있는 집 같아요.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여기.

 

고향과 밀양이라는 단어를 자주 말하네요. 많이 생각나나 봐요.

풍경이 비슷하니까 그런 거 같아요. 부모님이 계신 밀양 집도 이런 동네에 있거든요. 바로 앞에 계곡이랑 산이 있어요. 아까 차에서 내리는데 냄새가 딱 익숙했어요. 진짜 그런 게 있거든요. 서울이랑 밀양이랑 냄새가 달라요.

 

밀양에선 무슨 냄새가 나는데요?

그냥 이렇게 신선한 냄새가 나요.(웃음) 밀양에 왔구나.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요.

 

기차역에 내리면 가람 씨에게 친숙한 말씨도 막 들릴 테니까요.

아우, 그렇죠. 그것도 진짜 커요.(웃음)


자기 확신이 강한 편인가요? 아니면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인가요?

저는 불안해하는 편이에요. 제 자신을 궁지에 모는 거 같아요. 이상한데요, 그렇게 해야만 좀 안심이 돼요. 자신감이라는 거 당연히 너무 중요하지만요. 자신감과 자만함은 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거 같거든요. 그냥 저는 저 자신을 좀 더 굴려도 된다고 생각하나 봐요.


우리 몇십 분째 작품이나 연기, 그런 이야기 아예 안하고 있네요.

(웃음) 그래서 너무 재미있는데요. 저 오디션 진짜 많이 보거든요. 배우니까요. 오디션장에 딱 들어서자마자 바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은 솔직히 좀 힘들어요. 근데 어떤 오디션에 가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편하게 대화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훨씬 즐거운 오디션 자리가 되죠. 자연스럽게요. 저는 이 직업 자체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니까 대본을 외우고 연기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어요. 이 일의 진정한 매력이 그거 같아요.


영화 <4등>과 <독전>에서 사투리 연기를 했잖아요. 사투리 연기라기보다 가람 씨의 원래 말씨라고 하는 게 적합하겠네요.

<독전>의 역할은 최초 시나리오에는 사투리 쓰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근데 이해영 감독님이 제가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고쳐주셨죠. 제가 편한 거로 가자고요. 아무래도 20년간 써온 경상도 사투리가 편하죠.


어제 <4등>을 다시 봤어요. 가람 씨 얼굴, 특히 눈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 영화 찍을 때 기억나요?

솔직히요, 진짜 그렇게 많은 분이 좋아해주실 거란 예상은 1도 못했어요. 4차까지 오디션을 봤는데요, 최종 캐스팅됐다는 소식 들은 날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무조건 열심히만 한 거 같아요. <4등> 촬영 현장은 마치 어린 시절 기억처럼 툭툭 끊겨서 기억나요. 어떤 순간은 되게 선명하고요.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요. 어떤 순간에 너무 집중하면 그럴 때 있지 않아요?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그렇다면 <시인의 사랑>은 좀 어렵지 않았어요? 명확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처음 대본을 받고는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근데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엄청 고민했죠. 김양희 감독님과 엄청 많이 이야기했어요. 양익준 선배님께 많이 의지했고요. 그분은 모든 순간에 진짜로 임하는 분이거든요. 진심으로요.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경험하는 게 저는 되게 즐거웠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배우 인생에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현장이 아닐까 싶어요. 좋았어요. 진짜 좋았어요. 진짜 많이 배웠고요.


<시인의 사랑> 마지막 몇 분의 가람 씨 얼굴을 정말 좋아해요.

감사합니다.(웃음) 영화 속 소년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스무 살이 되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온 공통점이 있잖아요. 물론 전 도망치듯 떠나온 건 아니지만요. 근데 그 마음이 뭔지는 알 거 같았어요. 이해가 됐고, 제가 처음 서울에 온 순간도 생각났고요.


어쩌면 연기라기보다 그냥 얼굴일 수 있겠네요?

네, 어쩌면 그럴 수 있죠.


양쪽 눈 크기가 다르네요?

저는 그거 좋아해요.(웃음) 제 눈요.


거울 속 얼굴 들여다보면서 무슨 생각해요?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죠. 연기 열심히 해야겠다, 정말 열심히.


아니 자기 얼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냐고요.
(웃음) 아, 그냥 이건 제 생각인데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얼굴 같긴 해요. 어떤 의미로는 그래요.


오늘 대화 중에 ‘진짜’라는 말 진짜 많이 쓴 거 알아요? 김양희·이해영 감독의 인터뷰에서 배우 정가람은 늘 진짜를 보여준다고 했어요. 진짜라는 말은 진심이나 진실이랑은 또 다른 것 같거든요.

아, 배우로서요. 그냥 지금 제 생각은 가장 중요한 게 진짜인 거 같아요. 그 진짜를 내보이는 게 가장 어려운 거 같기도 하고요.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걸 해내는 게 진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가능하려면요, 삶이 진짜인 게 또 중요한 거 같고요. 진짜 내 삶을 사는 거요.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에요.


시 좋아해요?

그냥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배운 게 전부였죠. 근데 <시인의 사랑>에서 시가 중요한 소재잖아요. 여러 시인의 시가 나오기도 하고요. 다양한 시를 접하고 공부하면서 좀 다르게 들어오더라고요.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라는 시가 되게 와닿더라고요. 시라는 게 참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기형도라는 시인이 있죠. 혹시 알아요?

솔직히 원래는 잘 몰랐는데요, <시인의 사랑>에 기형도 시인의 ‘희망’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알게 됐어요.

 

여기 기형도의 시 ‘빈집’과 ‘희망’이 있어요. 지금 딱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나요?

(1초도 지나지 않아) 네, 있어요. 진짜 와닿는 문장요.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