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 노아캠페인의 바다와 두나.

걸어가 두나

Editor Yu Ra Oh
Text Ji Woong Choi
Fashion Se Jun Park
Photography Jung Wook Mok
Project Director Yeon Hong
Hair Hye Jin Son
Makeup Jun Sung Lee

 

 

울릉도 바다의 푸른빛 파도를 구현한 로고 프린트 원피스와 스커트는 모두
노아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Noah Collection by Kolon Sport).

 

 

봄날에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카무플라주 해마 무늬의 얇은 프린트 재킷은 노아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Noah Collection by Kolon Sport).

 

삶을 대하는 태도에 용기나 여유 같은 게 생겼을지도 몰라요. 근데 커다란 가치관이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스무 살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샛노란 해마 자수의 롱 원피스는 노아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Noah Collection by Kolon Sport), 상록수를 단조롭게 표현한
검은색 롱 재킷은 세이신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SEISHIN).

왼쪽 가슴의 해마 자수가 눈에 띄는, 셔츠 형태로 만든 재킷은 노아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Noah Collection by Kolon Sport).

 

판초와 점퍼 두 가지로 연출 가능한 재킷은 노아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Noah Collection by Kolon Sport).

 

파도치는 바닷물을 보는 듯한 프린트의 롱스커트는 노아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Noah Collection by Kolon Sport), 데님으로 만든 롤업 소매가 달린 로브는 세이신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SEISHIN).

 

 

일요일 오후다. 서울의 일요일은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회색 필터를 뒤집어씌운 채 버텼다. 겨울인지 봄인지, 아침인지 한밤중인지. 노란 백열등 밑, 배두나의 말은 꼭 그날 날씨 같았다. 가장 따뜻한 색은 회색일지도 모른다.

 

지친 얼굴이네요.
우리 떡볶이 먹으면서 대화할래요? 여기 맛있어요. 원래 지금보다 발랄한데, 아까 촬영할 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좀 그렇더라고요. <킹덤>이라는 드라마 촬영 중인데요. 야외 촬영하다 감기에 걸렸는지 조금 그래요. 천천히 해요, 우리.


얼마든지요. 너무 힘들면 말해요.
힘들면 말할게요. 근데 괜찮아요.


촬영하는 거 가만히 지켜봤어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옆에 꼭 붙어 있었잖아요. 다 봤어요.


어떤 촬영장에서는 눈물이 날 것 같을 때가 있거든요. 오늘 좀 그랬어요.
아 진짜, 왜요?


몰라요, 나도. 우중충한 일요일이니까 좀 처지기도 했죠. 배두나 씨가 애쓰는 게 보였고요.
음, 티 안 내려고 노력하지만 저 원래 애 많이 써요. 모든 촬영장에서요. 그냥 대충 시간 때우고 집에 가야지 생각해본 적 없어요. 잘하고 싶거든요. 처음에 테스트처럼 몇 컷 찍었잖아요. 모니터에 뜬 내 얼굴을 확인하니까 확실히 컨디션이 안 좋더라고요. 갈 길은 먼데. 나는 내 얼굴을 늘 보잖아요. 잘 알잖아요. 그래서 화보 촬영 때는 새로운 얼굴을 보고 싶거든요. 더, 더 새로워지고 싶어요. 그런데 한계가 있죠, 참.


방금 되게 어떤 좋은 마음을 먹었어요. 전 세계 각종 언론과 많은 인터뷰를 해봤을 테니 뭘 더 어떻게 묻나 싶었거든요.
진짜 많이 했죠. 근데 저 인터뷰 좋아해요. 재미있어요. 인터뷰를 위해 막 멋진 말을 준비하는 건 아닌데, 순간순간 말하면서 정리돼요. 나도 모르던 나를 알게 되더라고요. 영화 홍보할 때 너무 많은 인터뷰를 하루에 몰아서 하고 나면 좀 지치긴 하지만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참을 만해요. 근데 몇 살이세요? 초면에 나이 물어봐도 돼요?


먹을 만큼 먹었어요.(웃음) 코오롱스포츠 모델로 활동 중이죠. 패션이 자연과 환경을 헤아릴 줄 아는 건 반가운 일이라 믿어요.
저도 그 가치를 높게 생각해요. 우리 다 도시에 살잖아요. 근데 조금만 교외로 나가도 자연이 신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죠. 위로받기도 하고요. 지난 시즌에는 플라워 파워라는 주제로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한라솜다리라는 멸종 식물을 소개했어요. 이번 노아 캠페인의 주인공은 해마예요. 해마는 동물이잖아요. 동물을 생각하면 유독 마음이 아파요.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요. 자기들 입맛대로 계량하고 못살게 굴잖아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이 잘못된 거 같아요. 저는 액티비스트처럼 막 나서서 행동하지는 않지만 내가 모델로 있는 코오롱스포츠가 좋은 일을 한다는 건 알아요. 뿌듯하게 생각하죠. 저는요. 작품도 그렇지만 무슨 일을 할 때 내가 나를 설득할 수 없고, 사람들에게 떳떳하지 않으면 그 일을 안 해요. 돈은 벌지 몰라도 명분이 없잖아요. 내가 함께하는 브랜드의 제품이든 캠페인이든 그걸 지지하니까 하는 거예요. 그래야만 해요.

 

일을 고르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필모그래피를 쭉 봤거든요. 어떤 식으로든 축을 만들어볼까 하고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시나리오 보고요. 내가 이 역할을 이해하면 하고 아니면 못해요.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거예요. 잘 이해가 안 돼도 전략상 그냥 하는 배우도 있겠죠. 저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연기의 달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봐요.(웃음)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했어요. 운이 좋아서 주연을 많이 하긴 했죠. 이제 그것도 별 상관없지만요. 작은 역할, 서포팅하는 역할도 내가 좋으면 하는 거예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기준이나 생각이 달라지지만, 늘 겸손하려 노력해요.


배두나와 겸손, 재미있어요. <도희야>의 영남은 2013년의 배두나와 어느 정도는 맞닿아 있나요?
<도희야>는 <클라우드 아틀란스>와 <주피터 어센딩>을 끝내고 촬영한 영화인데요. 글쎄요,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이 영화는 내 나름대로 어떤 사람에게 헌정하는 영화예요. 그런 의미가 있어요.


누구요?
<클라우드 아틀란스>에 우연히 캐스팅됐어요. 운 좋게요. 캐스팅 된 뒤 런던에 1년 정도 머물면서 영어를 배웠거든요. 하우스 메이트와 함께 살았는데 나이가 많은 여성이었어요. 할머니, 뭐 엄마 같은 사람이었는데요. 그즈음 내 안에서 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워쇼스키 감독과 작업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때였으니 그럴 만하죠. 그 할머니가 레즈비언이었거든요. 레즈비언과 친구가 된 건 처음인데요. 평범한 보통 사람인 거예요. 왜 레즈비언이나 게이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 거라는 편견이 있잖아요. 미디어가 만든 거요. 그런 차별에 갑자기 화가 나더라고요. <도희야>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요. 되게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요. 바로 해야겠다고 확신했어요. 그 할머니가 떠오른 거예요. 완성된 영화를 꼭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왜 울어요?
<도희야>는 런던에서도 개봉했는데요. 개봉하기 일주일 전에 그 할머니가 죽었어요. 영남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그 분을 모티브로 했어요. 유난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냥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보통 사람이요. 그렇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저 운 거 인터뷰에 쓰지 말아주세요.


안 돼요.
안 돼요. 저는 시크한 캐릭터란 말이에요. 절대 안 돼요. 알아서 쓰세요.(웃음)


울다가 웃다가…. 지금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말을 했어요.
얼마 전 한 팬에게 편지를 받았거든요. <도희야>에 출연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거예요. 영남이 그분에겐 인생 캐릭터래요. 한국 영화에서 그렇게 평범한 레즈비언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요. 그게 진짜 우리 모습인데, 그거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요. 무슨, 내가 더 고맙지. 막 울었어요.


<도희야>를 지난밤에야 처음 봤어요. 내내 궁금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 영화 있잖아요. 배두나의 많은 작품 중 특별히 언급하고 싶었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내 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예요. 좋게 말해 변화고, 혼란스럽기도 했죠. 그동안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어린아이처럼 모든 걸 흡수하며 배우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무엇보다 대본이 좋았어요.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쓸데없는 말도 없고, 보는 사람이 각자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어요. 생략이 많았는데 그게 나랑은 잘 맞아요. 내 연기도 친절한 편은 아니니까요. 그런데요. 이렇게 말하면 냉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 또한 내 많은 필모그래피 중 하나일 뿐이에요. 나는 어떤 작품 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요. 불공평하거든요. 한 작품을 끝내면요. 거기서 벗어나야 해요. 빠져 있으면 안 돼요. 한 챕터를 접고 또 나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도 <도희야>는 자랑스러워요. 여전히요.


지금 한 말 있잖아요.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주고받은 편지에 똑같이 적혀 있었어요.
우와 진짜요? 뿌듯하다.(웃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감독이에요. 그와 작업한 건 아직도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일본에 가면 감독님 만나거든요. 그냥 얼굴만 봐도 마음이 편안하고 좋아요.


그런 면에서 다음 영화 <마약왕>은 솔직히 좀 의외의 선택으로 보여요
무슨 뜻인지 알아요.(웃음) 간단해요. (송)강호 오빠 때문이죠. <괴물> 이후 12년 만인데요. 오빠가 하자고 하니까 해야죠. <복수는 나의 것>과 <괴물>을 함께 했잖아요. 그와 작업한 게 내 배우 트레이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몰라요. 강호 오빠와 함께 하잖아요? 그럼 현장에서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져요. 그가 내뿜는 열정, 기운이 어마어마하거든요. 현장에서 강호 오빠처럼 보이고 싶어 흉내 낸 적도 있어요. 사람들이 내게 가진 편견과 기대가 뭔지 알아요. 그 기준에서 보면 <마약왕>은 좀 의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또 모르죠. 제가 연기하면 다르게 보일지도요. 저는요, 그런 편견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저예산 영화든 블록버스터든 드라마든 보란 듯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그 이유예요. <킹덤>이라는 드라마 찍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거 사극이에요. 세상에, 배두나가 사극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도전이죠 뭐.(웃음)


딱 한 시간 됐네요. 아직도 배두나를 떠올리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회색 단발머리의 뚱한 얼굴이 생각나요. 20년 전에 그랬잖아요. 지금 막 그 얼굴이 스쳐 지나네요.
그래요. 20년 됐어요. 요즘은 어딜 가든 선배 대접을 받죠. 삶을 대하는 태도에 용기나 여유 같은 게 생겼을지도 몰라요. 근데 커다란 가치관이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스무 살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정말 그대로예요?
정말이요.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변해요.

 

까만 심층수를 떠올리게 하는 검은색 판초형 재킷은 노아 컬렉션 by 코오롱스포츠(Noah Collection by Kolon S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