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방 안에만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온 방용국은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BANGYONGGUK


테일러드 재킷과 앞면이 트인 터틀넥 니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빨간 자수 마감을 늘어뜨린 슈트 재킷과 팬츠, 부츠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레더 블루종 재킷과 슬리브리스 니트 베스트, 데님 카고 조거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Ermenegildo Zegna XXX).

 

 

 

 

 

지금 어때요?
좀 어색해요. 저 원래 B.A.P 활동할 때도 사진 찍거나 인터뷰하는 거 좀 그랬거든요.

금세 몸이 풀린 것 같던데요?
생각해보니까 단독 화보는 처음이에요. 새롭고 재미있 었어요. 아이돌일 땐 이 정도로 노출하면서 촬영한 적이 없거든요. 오늘 제 몸에 있는 문신을 다 찍으신 거 같아요.(웃음)

그럼 안 돼요?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문신을 한 건 아니거든요. 평소에도 문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편이고요. 근데 오늘 완전히 드러내니까 오히려 좀 시원하던데요. 재미있어요.

낯을 좀 가려요?
음, 심한편이에요. 제가 별로 말이 없어서 그러세요? 저 원래 그래요. 일할 때도 그냥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거 든요. 저랑 함께 일하는 스태프도 다들 조용조용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분위기에서 저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2018년 8월 27일 기억나요? 용국 씨 표현을 빌리면 ‘달이 참 아름다웠던’ 그날요.
제 인스타그램 말씀하시는 거죠? 아마 그날이 제가 8~9 년 동안 일한 회사랑 계약이 종료된 날일 거예요. 그날 팬들에게 편지를 썼죠. 심경이라고 하면 좀 그렇고, 그냥 제 마음을 표현하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딱딱한 타이핑 대신 손글씨로요. 몇 번을 다시 쓰고, 다시 쓴 기 억이 나요.

작년 여름 참 더웠죠. 편지를 쓰던 그 밤에는 어떤 마음이었어요?
생각만큼 막 후련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회사와의 관계도 그렇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함께한 팀에서 나온 직후였으니까요. 착잡하기도 했어요. 팬들과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고요. 한 그룹의 리더였는데, 그 팀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요. 회사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근데 그날 달이 참 예뻤어요. 정말요.

혼자 된다는 게 두렵진 않았어요?
그 편지를 쓸 때랑은 좀 다른 마음이에요. 그러니까 울타리를 나와 딱 혼자 됐을때의 마음인데요, 해방감이 컸어요. 이제 더는 연예인도 아니고, 뮤지션도 아니라는 해방감요. 솔직히 그땐 다 그만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바닥을 떠도 아쉬울게 없겠더라고요. 회사와 계약이 딱 끝나는 순간 생각했어요. 이제 온전한 나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

 

그건 그렇고,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그분의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고독하고 쓸쓸하잖아요.

고독해도 보통 고독한 게 아니죠. 지독할 정도로 고 독하잖아요.
그래서 좋지 않아요? 저는 이창동 감독님의 촬영 스타일을 특히 좋아해요. 가끔 이유없어 보이는 풍경이나 사물을 오래 비추고있을 때가 있는데, 그때 너무 슬프고 쓸쓸해져요. <시>를 되게 여러번 봤는데 아직도 볼 때마다 울어요.

그런 정서가 용국 씨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나요?
그런가 봐요. 저는 이상하게 기쁘고 행복한 감정에 위로 받진 않아요. 오히려 우울하고, 고독하고, 쓸쓸한 감정에 위로받는 것 같아요. 그게 더 편해요.

뭔지 알아요. 나는 그런 정서가 큰 에너지라고 믿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우울함을 에너지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죠.
저도그래요. 위로를 넘어 큰 힘과 자극이 돼요.막 용기를 낼 수 있어요.

올해 서른이 됐죠.
제 20대를 돌이켜보니까요, 지독히 싫어한 사람도 있고, 상처를 준 사람도있고, 심지어 저를 망가뜨린 사람도 있더라고요. 아마 누군가에게는 제가 그런 사람일지 모르죠. 저도 항상 화가 나 있었거든요.(웃음) 근데 지금 생각 하면 그 사람들에게, 그 마음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어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그때의 경험과 분노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일 테니까요. 그리고 저는 제 팬들을 존경해요. 이런 나를 믿고 지지해준다는 게 고마운 마음을 넘어 존경스러워요.

‘이런 나’는 어떤 나예요?
못난 나. 저 참 못났잖아요.

되게 잘생겼는데요. 요즘도 한 번씩 우울해요?
그냥요. 우울증에서 벗어나야지, 이걸 극복해야지, 그런 강박을 갖고 살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안 그래요.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것 같아요. 친구처럼요.

용국씨는 지금 무슨 힘으로 살아요?
무슨 힘으로 사세요?

죽지 못해 살아요. 살아 있으니까 사는 거죠.
저는 증명하기 위해 살아요. 얼만큼 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저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할 것이 있거든요.

 

 

Fashion Mom Lee, Tae Woo Koh
Text Ji Woong Choi
Photography Yong Bin Choi
Hair EZ
Makeup Min 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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