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GGY GOU
지금 전 세계의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가장 울려 퍼지는 음악의 주인공, 바로 페기 구. 뮤지션을 넘어 패션 브랜드까지 론칭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아이콘이 된 그가 성수동 <데이즈드>를 찾았다. 그가 이야기하는 음악, 일, 사랑, 도전에 귀 기울여야 하는 까닭은 아시아 여성으로서 그토록 힘들다는 ‘리얼’ 일류 커뮤니티에서 창조자로 완벽하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페기 구가 왔다. 자, 이제 풍악을 울려라.
네온 컬러 코트와 롱스커트, 뮬은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네온 컬러 코트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코트와 애니멀 프린트 드레스, 샌들은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선글라스는 페기의 것, 네온 양말은 에디터의 것.
슬리브리스 베스트와 레이스 톱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데이즈드>와 4년 만이네요.
그러게요.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덕분에 제가 가장 쿨하다고 생각하는 매체인 <데이즈드> 커버 모델도 하게 됐네요. 저는 이런 관심과 환영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도요.
도쿄에서 바로 오는 길이죠?
김포공항에서 바로 성수동 <데이즈드>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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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페기 구’를 입력하니 직업이 맨 먼저 뜨더라고요. 일렉트로닉 DJ 겸 프로듀서라고요. 동의해요?
DJ,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강조한 시절도 있는데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요즘 어떤 사람들은 저를 디자이너라고 부르기도 하죠. 장난처럼요.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건 그냥 다 하고 말거야, 뭐 그런 마인드로 살아요. 그러니까 제 직업을 뭐라 하든 아무 상관없어요. 근데 원칙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 뿌리가 음악이라는 건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무리 다양한 일을 시도하고 바빠져도 음악을 뒤로 미뤄놓는 경우는 절대 없을 거예요.
방금 오늘 본 중에 가장 단호한 얼굴이 되네요. 페기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길래?
저에게 패션은 보너스예요. 알다시피 제가 최근 패션과 관련한 이런저런 일을 시도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패션을 좋아했고, 원래는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었죠. 근데 저는 저를 스타일링할 때만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남을 스타일링하는 건 재미도 없고, 잘하기도 어렵다는 걸 알았죠. 별로더라고요. 그때 음악을 알게 됐어요. 24시간 눈이 시뻘건 상태로 계속 작업하는 저 자신을 보고 자연스럽게 알았어요. ‘이거다. 나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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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의 패션 브랜드 키린Kirin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죠. 버질 아블로라는 최고 디자이너의 이름이 함께하면서 큰 화제가 됐으니까요.
처음 버질을 알게 된 건 패션위크 때예요. 저는 조그만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음악을 틀고 있었고, 바로 옆에서 켈리스가 공연하고 있었거든요. 그 공연의 오프닝을 버질이 했어요. 내 무대에는 아무도 안 오겠다 싶었는데 거기 버질이 딱 온 거예요. 대뜸 제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그때부터 연줄이 좀 있었어요. 그 후에 버질이 오프화이트의 마이 테레사 행사에 저를 초대했어요. 음악을 틀라고요. 그날 제 주변에서 자기들끼리 소곤대는 걸 느꼈죠.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에 미팅을 하자, 그렇게 된 거예요. 그때 브랜드에 대해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엔 거절했어요. 나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너무 바쁘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새로운 일을 할 순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제게 아이디어만 내라고 하더라고요. 나머지는 팀을 만들어주겠다고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어요.(웃음)
어떤 사람이 키린Kirin을 입길 바라요?
저는 제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어요. 좋아하지 않는 건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스트리트 브랜드를 좋아하는데요, 여성을 위한 스트리트 브랜드는 잘 없더라고요.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입는다면 기분 좋겠죠. 일종의 아카이브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요. 근데 또 모르죠. 지금 시대는, 특히 패션은 워낙 빠르게 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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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의 새로운 음악은 어디로 향해요?
그건 비밀이에요. 지금 말한 거랑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음악을 완성하면 한동안 안 듣고 놔뒀다가 다시 듣거든요. 다시 들어도 좋으면 릴리즈하고, 별로면 없애버려요. 그래서 지금 생각은 별 의미가 없어요. 다만 제가 가장 좋아하고 함께 일하고 싶던 엑셀 레코딩스XL Recordings과 함께하기로 한 것만 알려드릴게요.
정말요? 아델, 라디오헤드, The XX, FKA twigs, Arca가 속한 영국의 그 레이블?
맞아요. 전부터 함께하고 싶어서 메일을 그렇게 보냈는데 이제 꿈을 이뤘네요. 앨범 계약했어요!
성수동의 밤이네요. 낮에는 5월치고 더웠어요. 지금 여기서 플레이한다면 뭘 틀래요?
일단 테크노 바이브는 아니에요. 그루비한 거, 소울 펑크를 틀래요. 그냥 지금 기분이 그래요. 이 동네와 이 공간에 그게 더 좋을 거 같아요.
페기 구, 이제 어디로 가요?
경리단 후렌드치킨으로 가는 택시 좀 불러주세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Fashion Oh Yura
Text Choi Jiwoong
Photography Hong Janghyun
Hair Lee Iljung
Makeup Won Joyeon
Fashion Assistant Gil Naeun
더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7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more of our editorials and articles in DAZED KOREA July print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