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펠트 예은은 알고 있다. 기억은 지워도, 마음은 남는다고.

ETERNAL MOMENT

Text Yu Ra Oh

Text Yu Ra Oh 
Fashion Hana Lee 
Photography Jong Ha Park

소매를 밴딩 처리한 니트 톱과 브리프는 모두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이어링과 스타킹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새빨간 쇼츠는 라펠라(La Perla), 블랙 사이하이 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크리스털 장식이 흘러내리는
붉은 스웨트셔츠와 글러브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화이트 브라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셔츠를 둘러맨 듯한 팬츠는 준지(Juun. J), 이어링과 초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가슴에 주름 장식을 넣은 크롭 톱은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화이트 링 이어링은 위켄드 피스(Weekend Piece), 크리스털 이어링은 빈티지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한복을 모티프로 만든 파란색 원피스는 와이씨에이치(YCH), 크리스털 이어링은 빈티지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뒤집어 입은 로고 티셔츠는 발렌시아가(Balenciaga)로 스타일리스트의 것.


블랙 보디슈트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한쪽 어깨만 두른 민트색 레더 베스트는 앤아더스토리즈(&Other Stories), 데님 조거 팬츠는 배드인배드(Bad in Bad), 패딩 꽃무늬 부츠는 오프화이트 X 지미추(Off-White X Jimmy Choo), 클로버 모양 이어링은 빈티지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갑자기 머리카락을 잘랐어요. 단발머리는 오랜만이죠?
맞아요. 색은 자주 바꿔도 자르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상한 머리를 정리하다 보니, 이왕 자르는 거 화끈하게! 질렀죠.

잘 어울려요. 다른 사람 같기도 하고.
그래요? 잘한 것 같아요. 저도 제 모습에 적응 중이에요.


타투가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고요.
맞아요. 최근에 한 문구는 첫 솔로 앨범 제목인 ‘마이네 (MEiNE)’예요. 팔 뒤쪽에 새겼어요. 발목에 한 타투는 앨범 수록곡 중 ‘새 신발’에서 영감을 받았죠. 곡과 관련된 타투가 많아요.


그럼 점점 늘어나겠네요. 원래 즐겨 했나요?
더 많아지겠죠. 2년 전쯤 처음 해봤는데 타투는 한번 하면 중독된다 하더라고요. 점점 채우고 싶어진다고. 아직 하고 싶은 디자인도 많고, 계속 해볼 거예요.

타투와 용맹함 사이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나를 드러내는 방법이죠. 타투가 있으면 상대방이 무슨 의미인지 물을 때도 있고, 그러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죠.
저는 그런 상황이 재미있어요. 오히려 즐겨요.


가장 애착이 가는 타투가 있나요?
쇄골에 있는 거요. 헬라어 원어로 쓴 건데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란 뜻을 가진 성경 구절이에요. 거울 볼 때 자주 보이는 부위이기도 하죠.


매일 보면서 되새길 수 있겠네요.
맞아요. 웃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고 기뻐해야죠.(웃음)


전보다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생겼어요. 주변 사람과 대화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런데 웃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네요.(웃음)


한참 바빴을 때를 생각하나요?
기억이 별로 없어요. 옛 기억을 떠올리는 편이 아니라서. 과거는 과거대로 놔두죠.


그러고 보니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여주인공 클레멘타인과 닮았어요. 머리 색깔도 그렇고.
좋아하는 영화예요.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같이 있던 친구가 저와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호기심 많고, 머리 색
깔도 자주 바꾸고,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희미한 기억력까지. 제가 봐도 닮았네요.


오히려 그 반대로 예상했어요. 여리고 소심할 줄 알았죠.
남자 같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걸요. 그저 감정 기복이 심할 뿐이에요.


그래서 기억을 잘 못하는 걸까요?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니까.
그럴지도 몰라요. 순간보다는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요.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설렘이나 외로움, 따듯함일
수도 있고요. 친구들이나 가족과 있을 때 별거 아니지만 나를 꽉 채워준다는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감정에 사로잡힐 땐 적어두는 편이에요.


최근에 그런 낯선 감정에 사로잡힌 적이 있나요?
드라마 <마더>를 몰아서 봤는데, ‘엄마’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에 다양한 엄마가 등장해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니 실제론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자주 우나요?
<짱구는 못말려> 보다가 울 때도 있어요. 웃긴 상황인데도 슬플 때가 있잖아요.


맞아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 ‘따뜻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 울컥해요. 얼마 전에는, 예전에 같이 살던 룸메이트를 오랜만에 만나 밥 먹고 수다 떠는데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는 거예요. 그리움에 약한가 봐요.


나이가 들면 무뎌질까요?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사소한 일조차 소중하게 느껴요. 매 순간이 소중하죠. 젊다는 것도 그렇고.


어느덧 데뷔 10년 차로서의 책임감이라면 어때요?
어릴 땐 내가 생각하는 삶이 확고하고 정확했는데, 이제는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더라고요. 꿈꿔온 일들을 해왔고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며 살고 있어요. 뭔가 절대적 기준치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바뀐 편이에요.


하지만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도전을 반복하는 거,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데뷔 초에는 그게 도전인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방송 중 <고등랩퍼>를 보고 있으면 그 친구들은 아직 이뤄
놓은 게 없는데도 큰 꿈을 꿔요. 저도 그랬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당시의 열정과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요.


지금까지의 활동을 살펴보면 스스로 칭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잘 안 돼요. 스스로 자신을 가장 힘들게 만들죠. 누구보다 저를 잘 아니까. 나를 사랑하려는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대요. 억지로라도 그러려고 노력해요.

대중에게 꼭 인정받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거요. 그건 결국 제 이야기니까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겠죠. 제 감정이 전해진 걸 보면 신기해요.

준비 중인 곡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짝사랑을 할 때 느끼는 상반된 감정을 노래해봤어요.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는 설렘의 짝사랑이 있다면, 다른 하나는 외롭고 허망한 짝사랑이죠.


춤도 추나요? 춤추는 예은 씨를 본 지 오래된 것 같아요.
노래할 때 감정이 풍부하게 전달될 수 있다면 언제든 춤출 거예요. 아직까지 춤보다는 제 이야기나 노래에 집중하고 싶거든요. 인정받고 신뢰가 쌓인다면, 그때 퍼포먼스 또한 풍부해질 거라 믿어요.


곡 작업 이외에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일단은 크라브마라는 호신술을 배울 거예요. 세상은 보기보다 험해요.


올해로 서른 살이 됐죠. 가수가 아니었다면, 그런 생각도 하나요?
인권변호사요. 예전 멤버들이, 제가 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불평이나 불만이 있으면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지는 건 또 싫어해서 승률 90프로를 자랑하는 변호사가 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