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상은 <슈퍼밴드> 초대 우승 팀인 ‘호피폴라’의 보컬이자 장래가 촉망되는 싱어송라이터다.

소년과 청년, 이상과 현상

Text Lee Bom

하현상은 <슈퍼밴드> 초대 우승 팀인 ‘호피폴라’의 보컬이자 장래가 촉망되는 싱어송라이터다. 모공 하나 안 보이는 말간 피부에 새초롬함과 피곤함을 넘나드는 표정으로 내 앞에 앉은 그는 앞서 언급한 거한 타이틀이 아직은 너무도 크고 무거운 1998년 학생, 하현상 그 자체였다. 게다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늘은 <슈퍼밴드> 마지막 경연을 딱 일주일 앞둔 7월 5일이다.


니트 톱과 이너로 입은 톱, 팬츠, 부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플라워 프린트 재킷과 셔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블랙 팬츠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카무플라주 패턴 재킷과 팬츠, 이너로 입은 니트와 티셔츠는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슈즈는 하현상의 것.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별안간이었다. 아마 그때도 온갖 출장과 업무로 제정신이 아닌 채 침대에 누운 새벽녘이었는데, 정말 별생각 없이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을 VOD로 보게 되었다. 그저 나도 한때는 누구나처럼 홍대 앞 클럽을 다니면서 밴드 같은 걸 꿈꿔본 사람이니, 일단 프로그램 제목에 이끌렸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게 첫 화였고, 누구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게, 청춘들이 서로 모르는 이들과 팀을 이뤄 음악이라는 장르로 열정을 표출하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강한 흡인력을 선사했다. 해외에서도 놓치지 않고 다시 볼 만큼 탐닉으로 승화됐다. 심사위원의 말투 하나하나 곱씹어보기도 하고, 음원을 다운로드하기도 했으며, 내가 프런트맨이 되어 가상의 팀을 구성해보기도 했다. 심지어 1년에 한 번 가는 <데이즈드> 워크숍을 <슈퍼밴드>처럼 짜보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총 열네 번의 방송, 한 세 달간 나는 <슈퍼밴드>와 동거했다. 그러고는 하현상에 중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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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또 고마운 사람, 하현상을 마지막 경연 일주일 전에 만났다. 너무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게도. “피곤해요. 좀 많이 피곤하고. 한 일주일 만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올해 초부터 계속했으니까 쉬고 싶은 마음이 좀 간절해요.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조금 쉬어가고 싶어요.”

그는 솔직했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뜨거운 관심을 실감하고 겁을 냈다. “실감하죠. 그런데 뭔가 좀 무서워요. 갑자기 확 많은 관심을 받으니까 무서운 느낌이 큰 것 같아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정말 너무 좋은데 한편으로는 두려워요.” 마지막 경연이 남은 상황, <슈퍼밴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물었다. “솔직히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뭔가 이뤄야겠다는 마음으로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밴드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이다 보니 그런 음악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저를 알리고 싶기도 했고요. 그냥 운이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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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라운드 프런트맨 시절 바이올리니스트 신예찬과 함께했고, 뒤이어 첼리스트 홍진호와 함께 우승까지 이뤘다. 현악기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그 생각은 방송하기 전부터 했어요. 제가 원래 좋아하는 음악에 현악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오아시스도 현악기를 많이 쓰고 데이미언 라이스도 그렇고. 그래서 막연하게 만약 음악을 만든다면 현악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앞서 언급한 3라운드, 어쩌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프런트맨인 아일을 만난다. “그때가 1라운드 방송이 나간 시기일 거예요. 약간 좀 내려놓고 있던 상황인데 갑자기 아일 형이 저를 뽑았고, 이기게 되었죠. 원래 처음에는 정말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스트레스받고 힘들던 과거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니까 인터뷰하는 데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창피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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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상은 호피폴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슈퍼밴드> 시작할 때 지원서에도 썼지만 음악이 끝났을 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뭔가 그걸 지향할 수 있는 밴드가 만들어진 것 같아 굉장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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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심스레 마지막 결과에 대해 물었다.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저는 지금도 기대 이상으로 충족됐어요. 솔직히 지금 너무 만족스러워요. 만족 이상이에요. 1등이나 2등이 목표가 아니라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에요.” <슈퍼밴드>는 어떻게 기억될까.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음악을 해본 적이 없어요. 거의 일주일 내내 음악에 시간을 투자하며 몇 달 동안 지내본 적이 없는데 이 시간들이 지나가면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저에게 분명 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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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좀 풀린 걸까. 혹여 내게 마음을 연 걸까. 정말 묻고 싶던 것을 물었다. 여태까지 부른 곡 중 특별히 더 아끼는 것이 있다면? “저는 아무래도 1라운드 때 한 곡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무것도 모를 때 프런트맨이 되어 노래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좋을 때였으니까요.” 이어진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두 번째 착장에서 머뭇거리던 그가 세 번째 컷부터 놀랍도록 안정적으로 잘해내기 시작했다. 하현상은 여러모로 이상적인 소년이다.

 

 

 

 

Text Lee Bom
Fashion Lee Bom, Cha Minsoo
Photography Lee Jongho
Hair & Makeup Kim Woo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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